엔씨 다음주 집중교섭 시작···"권리 찾되 고통은 분담"
송가람 엔씨 노조 지회장 인터뷰
변화경영위원회 출범 후 집중교섭
뒤숭숭한 분위기 속 노조 가입 늘어
"힘든 시기 함께 이겨내자는 방향"
2023-10-11 14:51:04 2023-10-11 15:18:54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엔씨소프트(036570) 노사가 단체협약의 첫 번째 집중교섭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출범한 노조 '우주정복'과 사측이 6월 말부터 '탐색전'을 이어오다 전면전에 돌입하는 겁니다.
 
게다가 최근 엔씨가 혁신 기구 '변화경영위원회(변화위)'를 출범해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입니다. 노조는 구성원들에게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이에 10일 송가람 엔씨 노조 지회장을 찾아가 주된 요구와 협상 방향을 물었습니다. 송 지회장은 "2005년 게임업계에 들어선 이후 고용이 불안정한 동료들의 권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다"며 이번 집중 교섭에 대한 각오를 밝혔습니다.
 
송가람 엔씨소프트 노조 위원장이 10일 판교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단협 분위기, 임협에도 영향 미칠 듯
 
엔씨 노사는 현재 임금 협상을 제외한 고용과 인사평가, 산업안전 등 전반에 대한 단체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크게 △복리후생 강화 △휴가제도 개선 △전환 배치 시스템 도입 △조직의 평가 등급 공개 △안정적인 노조 활동 보장을 다룹니다. 구제척으로는 복지카드 포인트 상향(250만원→360만원)과 명절 상여 지급, 장기근속 포상 강화, 주택대출 지원 강화, 사내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한 노조 활동 등이 포함됩니다. 
 
특히 노조는 1년에 쓸 수 있는 복지 카드 금액이 지난 7~8년 간 동결됐으니, 임금처럼 물가 상승을 반영해 올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협상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처음 노조가 제시한 108개 안은 세 달 동안 약 80개로 추려졌습니다. 노사는 이달 18일 시작할 집중교섭 때 논의할 핵심 과제를 11일에 미리 주고받습니다. 집중교섭에는 사측 대표로 구현범 COO(최고운영책임자)가 나올 전망입니다.
 
이번 단협은 단지 첫 번째 협상이라서 중요한 게 아닙니다. 송 지회장은 "단협 끝나면 이어서 임금 협상을 한다"며 "단협의 분위기가 임금 협상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측이 지난 5일 변화위를 출범한 뒤 하루 노조 가입자 수가 평일의 여덟 배에 달하고 있어, 노조 입장에선 노조 가입의 필요성을 뚜렷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이에 대해 송 지회장은 "변화위 출범 후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노조 가입자 수가 지금도 비슷한 추세"라면서도 "비용 절감이 곧 구조조정을 한다는 뜻은 아니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사측도 변화위 출범에 따른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사진=엔씨소프트)
 
"'깜깜이 인사평가' 개선해야" "회사 힘들 때는 같이 감내" 
 
송 지회장은 투명경영 요구와 관련해 '깜깜이 인사평가'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예를 들어 제가 속한 부서가 C등급을 받으면 제 포상도 적을 수밖에 없는데, 다른 부서원과 대화하다 보면 그 기준이 들어맞지 않아 보여 혼란을 겪게 된다"며 "우리가 구체적으로 재무제표를 다 들여다보겠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 쓸데없는 오해는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엔씨의 가족 경영에 대해서도 "임원으로서 성과가 없다면 다른 이들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가족이니까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물론 경영하다 보면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생길 수 있다"며 "인사 평가든 가족 경영이든 최소한 큰 맥락에서 오해가 생기지 않게 상식선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엔씨의 경영 상황은 노사 간 협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엔씨 모바일 실적을 견인해온 리니지 시리즈 매출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는데요. 연말 국내 출시를 앞둔 콘솔 도전작 '쓰론 앤 리버티(TL)'의 흥행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신작 '퍼즈업: 아미 토이'가 호평 속에 인기를 얻고 있지만, 장르 다변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송 지회장은 "최근 노조 가입자가 늘어나는 점을 봐도 고용 안정과 인사 평가 부분에 대한 열망이 커 보인다"며 "힘든 시기를 함께 잘 이겨내자는 게 전체 방향"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노조만큼 회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곳도 없을 것"이라며 "회사가 힘들 때는 같이 감내할 부분은 감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출시를 앞둔 신작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며 "저희는 회사와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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