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사고 소환…연구동 증축 암초 만난 노루페인트
안양도시공사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과 맞물려 허가 불투명
세수·고용 기여도에 안양시청, 증축 허가 or 공장이전 고심
2024-06-13 17:11:50 2024-06-14 10:06:18
 
[안양=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노루페인트(090350)가 안양공장에 연구소를 증축하려고 했으나 안양 도시개발 사업과 맞물려 발목이 잡혔습니다.
 
노루페인트는 지난 5월 1만2000㎡미터 규모의 1동짜리 연구소를 증축하기 위해 안양시에 심의를 넣었습니다. 연구소이기 때문에 화학물 등을 다루지 않아 유해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노루페인트는 이번 달 말 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른 허가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노루페인트 안양공장 부지가 안양도시공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 추진 공간과 겹친다는 것입니다. 안양도시공사에서는 노루페인트 안양공장 이전을 가정하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해당 공간에 새로운 증축물에 대한 허가를 내준다면 안양도시공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양시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2일 노루페인트 안양 공장 모습. (사진=변소인 기자)
 
특히, 이번 심의를 앞두고 10년 전 노루페인트 안양공장 에폭시 증기 사고와 공장 이전에 관한 보도가 나오면서 연구동 증축 허가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2014년 9월 노루페인트 안양공장에서는 에폭시 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안양과 광명 등지에서 15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안양시와 노루페인트, 대림아파트 측은 세 차례 실무협의회를 갖고 합의점을 찾았습니다. 공장 이전 언급과 관련해 노루페인트는 관련 사실, 자료 등을 현재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관련한 공식 입장도 아직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재 안전에 만전을 기하며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노루페인트는 사고 이후 발열이 되는 공정을 모두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유해 물질이 발생할 수 있는 유성페인트류 공정도 경상남도 함안군에 있는 칠서 공장으로 이전했습니다. 현재 안양공장에서는 친환경 도료, 바이오 도료만 생산하고 있습니다. 소방차 1대도 직접 구비해가면서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10년 전만해도 안양시청으로 노루페인트 안양공장에서 발생한 악취로 인한 민원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민원 빈도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 12일 노루페인트 안양공장 바로 앞에 위치한 아파트를 방문해 취재한 결과 공장이전에 대한 요구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사고 당시에도 거주했던 아파트 주민 A씨는 "이전에 수증기 같은 게 올라와서 한 번만 더 그러면 노루페인트가 이전하기로 하고 약속을 했다. 그래서 합의를 해줬다"며 "지금은 전혀 관계도 없고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안양도시공사는 박달동 623번지 부지 약 31만㎡에 박달 스마트밸리를 조성하기로 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현재 사업타당성 용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달 스마트밸리 예정 부지 가운데 노루페인트 안양공장 부지가 가장 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양시청 관계자는 "당시 주민들이 공장 이전 요구를 했으나 노루페인트에서 확실하게 이전하겠다고 얘기한 자료는 찾지 못했다. 노루페인트가 안양공장 이전 날짜를 밝힌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안양시청 입장에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노루페인트가 안양시에 내는 세금, 고용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공장 이전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안양시청 관계자는 "노루페인트 안양공장은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라며 "기여도가 큰 기업인데,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개발 측면에서는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안양=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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