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조약 후폭풍…한국 핵무장론 봇물
자체 핵무장·전술핵 재배치 주장 등…"허위 논쟁" 반박도 만만찮아
2024-06-25 15:31:56 2024-06-27 09:12:25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 방문일정을 마치고 지난 19일 밤 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지난 19일 군사동맹에 준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 조약'을 체결한 이후, 한국의 핵무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미국과 한국에서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21일 '러·북 정상회담 결과 평가 및 대(對)한반도 파급 영향' 전략보고에서 "전술핵 재배치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공유, 자체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능력 구비 등을 포함해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전략적 공론화 추진"을 제안했습니다. (이 문건은 다른 'INSS 전략보고'들과 달리 작성자가 명기되지 않았습니다.)
 
이전부터 한국 핵무장을 주장해 온 <조선일보>는 25일 자 사설에 이 보고서를 인용한 뒤 "지금까지 국책 연구소들이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미국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식 핵 공유를 거론한 적은 있지만 독자 핵무장과 재처리 권한 확보까지 언급한 경우는 드물었다"며 "이제 한국 정부도 핵무장 논의를 더 이상 금기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각각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이젠 핵무장을 해야 할 때", "미국과 협상해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식 핵공유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등은 ‘잠재적 핵능력’을 확보하자고 주장하는데요. 사용후핵연료의 자유로운 재처리와 '20% 미만 우라늄 저농축은 전면 가능하고, 20% 이상 고농축은 합의 아래 가능한' 일본 수준 능력을 미리 확보하고 있자는 겁니다.
 
"핵 공유 협정 논의해야"…"'차악'으로 받아들여야"
 
미국에서도 공화당 중심으로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주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 매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5일 서울 강연에서 북·러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해 핵우산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했고, 이미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을 주장해 온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지난 20일(현지 시간)에도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비판하면서, 미국은 "한국·일본·호주와 함께 핵 부담 공유 협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한반도 정책 실무 담당자였던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그다음 날 "우리는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으며 어쩌면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고,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로 분류되는 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선임 연구원도 이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기고문에서, 한국의 독자적 핵무기 개발을 '차악(次惡)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은 북한과의 핵전쟁 발생 시 미국이 자기희생을 감내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을 안다"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 차르' 캠벨 국무 부장관 "워싱턴 선언으로 충분"… 한국 핵무장반대 천명
 
반면 바이든 미 행정부는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반대', '불허' 입장이 확고합니다. 미국에서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선언과 같이 확장 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한·미 사이에 마련된 메커니즘이 우리가 지금 대응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고 한 겁니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반도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대신 한국은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뒤 6월 2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군축협회 연설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은 많은 파트너 국가들을 안심시켜 굳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없게끔 했다"고 강조하면서 '워싱턴선언'을 대표적 사례로 예시했는데요. '워싱턴 선언'으로 한국의 핵무장론은 더 이상 거론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미국 정부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북한 핵이 큰 문제로, 한국·일본이 핵을 갖고 스스로 방어에 나선다면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한국 핵무장 용인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앨리슨 후커 전 보좌관에 앞서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할 경우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도 지난 4월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대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핵무장, 현실적으로 불가능…발전량 29% 핵연료 공급 못 받는다"
 
이 같은 핵무장론에 대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사안을 갖고 벌이는 ‘허위 논쟁’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습니다.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는 "그 가능성 자체도 낮지만 설령 미국이 용인한다 해도, 우리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 자동으로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게 된다"며 "경제제재가 불가피하고 당장에 전체 발전량의 29%(2021년 기준)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의 핵연료도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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