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마저 '피벗' 시동…시험대 선 '한국 경제'
중국, 경기 부진에…190조 규모 유동성 공급
지급준비율 곧 0.5%p 인하…연내 추가 인하도
한국, 10월이냐 11월이냐…11월 금리 인하 무게
2024-09-24 16:08:00 2024-09-24 16:08: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중국이 24일 1조위안(약 188조97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전방위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놨습니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과 내수 부진, 부동산 침체 등 악화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으로 발생한 통화정책 여력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됩니다. 미국에 이어 중국마저 대대적인 완화적 통화정책을 예고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고민하는 한국 중앙은행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미 '빅컷' 덕분에…경기 부양책 쏟아낸 중국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이날 오전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조만간 0.5%포인트 인하해 약 1조위안의 장기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시장 유동성 상황을 보고 시기를 택해 지준율을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준율은 은행이 유치한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자금 비율입니다. 지준율을 낮추면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되는데요.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인민은행은 지난해 3월·9월 지준율을 각각 0.25%포인트씩 낮췄고, 올해 2월에도 춘제 연휴를 앞두고 0.5%포인트 인하했습니다. 최근 인민은행은 지준율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며 인하를 시사한 바 있는데요. 여기에 또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하면 중국 금융권의 가중 평균 지준율은 6.9% 수준이 됩니다.
 
아울러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역환매조권부채권 금리 0.2%포인트 인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0.5%포인트 인하 △2주택 주담대 최소 계약금 비율 인하 △부동산 개발업체 자금 지원책 연장 △미분양 주택 재대출 출자 확대 △중앙은행-금융기관 간 스와프 신설 등 경기 부양책을 대거 쏟아냈는데요. 올해 나온 경기 부양책 중 가장 광범위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민은행장, 금융감독총국 국장, 증권감독위원회 주석 등 금융당국의 '빅3'가 이례적으로 함께 자리했는데요. 3개 금융당국 수장이 합동 기자회견을 연 것은 최근 중국 경제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경기 부양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시장에선 중국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를 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춰 중국 정부가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으로 평가했는데요. 당장 기준금리를 내리진 않았지만 지준율 인하로 시중에 유동성을 대거 공급해 침체한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이날 연준의 빅컷이 중국의 통화정책 운용 공간을 넓혀줬는지에 대한 질문에 "최근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조정되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이 크게 완화됐다"고도 했습니다.
 
중국 중앙은행이 24일 완화적 통화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안후이성 화이베이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위안화 지폐를 세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중 이어 한국은 언제?…'가계부채·집값' 변수
 
경기 부진에 고심하던 중국이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이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여러 가지 수단을 내놓으면서 경기 회복을 위한 통화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임을 공언했는데요. 국내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0월과 11월 연내 두 차례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남겨두고 있는데요.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한차례 정도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11월 회의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대다수입니다.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금통위가 예정된 10월11일은 한은이 강조해왔던 금융 안정을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금융 안정 여건에 대한 충분한 확인 없이 미국의 빅컷에 뒤이어 곧바로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은 한은이 국내 여건보다도 연준과의 통화정책 동조화를 더 중요시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 연준과 한 시점 차별화한다는 측면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10월보다는 11월이 유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서 현재 발목을 잡는 요인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입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기에 금리를 내려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데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의사록에서 확인된 한은의 부동산에 대한 경계심은 시장의 생각보다 큰 것으로 판단하는데, 10월에 인하하기에는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고 꼬집으며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은 빨라야 11월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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