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국내만? 무너지는 콘텐츠 제작 시장
(빅테크공습)③심의 규제 불균형 속 자본력으로 성장한 글로벌 OTT
방송발전기금 납부 의무, 국내기업만 부담…불공정 우려
망 사용료, 국내는 내고 해외는 '버티기'…역차별 심화
규제 불균형으로 국내 콘텐츠 생태계 붕괴 우려
2025-05-06 06:00:00 2025-05-06 06:00:00
K팝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K콘텐츠 전반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도 국가 차원에서 K콘텐츠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중인데요. 다만 국내 웹툰·음악스트리밍·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등은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해외 빅테크에 주도권을 내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규제에 묶인 문화 플랫폼의 현주소와 글로벌 빅테크의 위협을 차례로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국내 영상 콘텐츠 제작 시장이 글로벌 OTT에 심각하게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각종 규제를 감당해야 하는 국내 기업과 달리, 글로벌 기업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국내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중입니다. 규제 불균형과 자본력 격차, 망 사용료·법인세 부담 회피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국내 콘텐츠 생태계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규제는 국내만, 시장은 글로벌이 장악

드라마나 예능 등 국내 영상 콘텐츠 제작 주체의 큰 줄기는 현재 방송사, 국내 OTT, 글로벌 OTT로 나뉩니다. 특히 한류의 선봉에 서 있는 드라마의 경우 대부분의 제작사는 방송사 또는 플랫폼의 외주를 받아 콘텐츠를 제작하고, 방영 후 제작비를 보전 받거나 일부 투자를 받습니다.
 
이 가운데 방송사는 여전히 드라마 편성과 공급에 있어 핵심 축을 담당하지만, 방송법 적용을 받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사전 심의와 각종 규제를 감내해야 합니다. 방심위는 방송 전 프로그램을 공공성, 공정성, 선정성 등을 기준으로 사전 심의하며, 이는 창작의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OTT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OTT 콘텐츠는 방심위의 사전 심의 대상이 아니며,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사후 제재를 받을 뿐입니다. 이로 인해 OTT 창작자들은 젠더 이슈, 사회적 논점 등 민감한 주제를 자유롭게 다루고, 글로벌 타깃 전략 수립도 유리합니다.
 
이렇게 심의 기준이 방송사보다 OTT에 유리하다고 해서 국내외 모든 OTT가 웃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자본력과 투자 규모가 큰 글로벌 OTT가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데요.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2025년 1월 OTT앱 사용시간 점유율 1위는 넷플릭스로 전체 사용 시간의 과반인 61.1%를 기록했습니다. 뒤를 이어 티빙 16.5%, 쿠팡플레이 10.2%, 웨이브 9%. 디즈니플러스 2.5%, 왓챠 0.7% 순입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가 방송사보다 심의 측면에서 자유로운 건 사실이지만 글로벌 OTT의 자본을 따라잡긴 역부족"이라며 "이용자 수, 자본력 모두 밀리는 상황에서 제작사도 우선적으로 글로벌 OTT에 시나리오를 제안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2025년 1월 OTT앱 사용시간 점유율 1위는 넷플릭스로 전체 사용 시간의 과반인 61.1%를 기록했다.(사진=와이즈앱·리테일)
 
방발기금도 규제 불균형 우려 
 
규제 불균형은 방송통신발전기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국내 방송사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따라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지만, 글로벌 OTT는 납부 의무가 없습니다. 이 기금은 방송통신의 공익 기능 확보, 산업 균형 발전, 국민 복지 증진을 위한 법정 기금입니다.
 
반면 해외 주요국의 경우 오히려 글로벌 OTT에 콘텐츠 기금을 부과합니다. 캐나다는 수익의 5%,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최대 20%, 덴마크는 6%를 자국 콘텐츠 제작 지원에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글로벌 OTT를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대상으로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업계는 법안 마련 없이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면 결국 국내 기업만 성실하게 납부하게 되고, 글로벌 OTT는 법망의 빈틈을 이용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합니다.
 
기금 납부 의무를 지지 않는 것 외에 세금 측면에서도 글로벌 OTT의 부담 회피는 계속 반복됩니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지난해 1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법인세는 50억원을 납부하는 데 그쳤습니다.
 
OTT 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적용할 때는 시장내 힘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며, “법인세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글로벌 기업은 편법을 통해 회피하는 반면 국내 기업만 규제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OTT 기업과 해외 기업의 규제 불균형은 크게 콘텐츠 심의, 세금 및 재정 기여, 망 사용료가 지목된다.(사진=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망 사용료, 국내 기업은 내고 해외 기업은 소송하고
 
글로벌 OTT의 비용 회피 기조는 세금뿐 아니라 망 사용료에서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망 사용료 역시 국내 OTT와 글로벌 OTT 간 격차가 큽니다. 국내 OTT와 방송사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에 망 사용료를 납부하지만, 일부 글로벌 OTT는 이를 회피하거나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4년 미국에서 버라이즌, AT&T 등과 망 이용료 지급 계약을 체결한 전례가 있음에도, 한국에서는 납부를 거부한 채 ISP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해외보다 망 이용료가 4~8배가량 비싼데 글로벌 OTT는 이를 회피하며 비용 부담은 국내 기업이 떠안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국내 콘텐츠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계속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OTT 시장은 글로벌 기업의 자본력과 국내 기업 중심의 규제로 인해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했고,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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