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비스라는 말의 함정
2025-05-12 06:00:00 2025-05-12 06:00:00
얼마전 온라인 배달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연구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전세계에서 ‘이건 서비스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면 공짜라는 의미를 갖는 것은 한국과 일본 뿐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서비스라는 말이 무료라는 의미를 갖는 말의 표현은 우리나라와 일본, 아마도 서비스라는 말의 개념을 우리가 일본으로 부터 받아왔으니까 일본이 유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서비스가 무료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자유롭게(御自由に)라고 영어식 표현(for free)에 더 가깝게 사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말 한국과 일본에서만 일반 대중의 인식은 서비스는 무료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는 서비스 산업의 발전과 서비스 저임금 구조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 찾아 보니, 출발점에서 서비스에 대한 인식은 무료라는 의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비스의 어원은 라틴어 세르부스(servus)이다. 노예가 제공하는 노동을 의미한다. 노예가 제공하는 노동이니까, 당연히 무료이다. 여기에서 확장되어 서비스는 국가가 제공하는 용역, 즉 기반산업에서 제공되는 용역들로 의미가 확장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통신과 교통과 같은 인프라 산업들이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는 것일까?
 
서비스는 무료라는 의미가 바뀌게 된 것은 시장경제가 확장되면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상호 관계에 대한 정의가 바뀌게 되면서 이다. 국가의 권위가 국민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은 서로 계약에 의해 (공공) 서비스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세금을 내는 관계라는 교환의 시각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결국 서비스에는 가격이 있다.
 
온라인 배달 서비스업에서 서비스는 무료인 것이 맞나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은 배달 서비스가 중개와 배달이라는 이중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중 배달은 재화의 이동과 관련되기 때문에 가시적이고, 그래서 유료라는 인식이 생기기 쉽다. 더 나아가 배달 라이더라는 용역제공의 댓가를 받는 사람이 있으니 더 쉽게 납득이 된다. 하지만 중개의 경우에는 분명히 서비스이지만 혜택을 받는 주체가 다수의 음식점과 잠재적 소비자이므로 그 혜택의 수혜관계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중개는 무료, 또는 무료에 가까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인식이 생기게 된다. 전자적 중개(electoronic brokerage) 서비스에 대한 초창기 이론도 개별 중개에 대한 한계비용은 계속 낮아져서 사실상 영(0)에 수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과 다른 시장마찰(market friction)을 겪는다. 소비자의 사용편이성(음식점이든지, 일반 소비자이든지)이나 소비자의 인지도와 같은 요소가 현실적 사용장벽을 만들어 유지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시장에 참여한 공공 배달앱들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시장선택의 결과인 것이다. 결국 고려되지 않은 것은 공공 배달앱과 같은 공공 서비스도 당연히 무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지비용이 발생하고, 그 비용은 누군가는 금전적이든지(세금) 인지적인지(사용상의 불편함이나 그림자 노동과 같은 형태로) 지불되어야만 한다.
 
코로나 경제 이후, 공공영역의 조급증은 시장에 대한 개입을 일상화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결과는 재정지출의 확대일 수 밖에 없다. 공공서비스의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가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 지급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현금할인 서비스의 형태인 지역화폐 유통을 위한 정부지출을 진행하도록 하는 법안을 상정하였다고 한다.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으로서 민간소비를 확장해야 한다는 선의는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소비 승수는 재정지출규모에 미달한다는 것이 이미 지난 코로나 경제에서 충분히 검증되었다. 결국 공공서비스도 누군가 시혜를 베푸는 무료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는 가격을 치뤄야 한다. 그 가격이 전체 경제에 대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켜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 사회에서 서비스는 공짜가 아니다. 그러므로 서비스가 제공될 때에는 그 댓가, 가격이 얼마가 될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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