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LG이노텍이 로봇, 전장, 자율주행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간 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한 카메라 모듈 사업이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사업 재편은 높은 애플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단기적으로는 카메라 모듈 부진과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여파로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로봇·전장·반도체 기판 등 신사업에서 성과가 가시화되며 내년부터 반등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LG이노텍 직원이 코퍼 포스트(Cu-Post) 기술을 적용한 RF-SiP 기판을 보이고 있다. (사진=LG이노텍)
최근 증권업계는 LG이노텍의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매출 3조8716억원, 영업이익 487억원)를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2분기 매출을 3조8000억원, 영업이익을 481억원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 68% 감소한 수치입니다. 메리츠증권 역시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361억원으로 낮게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저평가는 LG이노텍의 높은 애플 의존도에 기인합니다. LG이노텍은 2019년 8조원 수준이던 매출이 2024년 21조20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애플과의 협업 수혜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애플의 실적이 저조해진 가운데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코웰전자 등 중국 기업까지 협력사로 맞아들이면서 LG이노텍의 수익성도 급감했습니다.
이에 LG이노텍도 포트폴리오 확대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로봇 분야로 지난달에는 신생 기업인 피규어AI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기로 했고, 지난 5월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싱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LG이노텍이 자신하는 광학 기술력을 스마트폰에서 로봇 사업까지 넓히는 것입니다.
전장 분야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집니다. 전장용 카메라 모듈도 양산하고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자율주행 등의 분야에서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하반기에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모듈 양산도 시작할 계획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 앤드 마켓에 따르면 자동차 AI 시장은 지난 2024년 48억달러(약 6조5300억원)에서 오는 2034년 1864억달러(약 254조9206억원)으로, 연평균 42.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AI 자동차 반도체에 들어가는 FC-BGA 등 부품 제조를 위한 준비도 순항하고 있습니다. 고부가 반도체 기판에 적용되는 ‘코퍼 포스트(구리 기둥)’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양산 제품에 적용하는 데까지 성공했습니다. 지난 2022년 LG전자 구미 4공장을 인수한 후 4130억원을 투입해 FC-BGA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면서 준비한 반도체 기판의 결실을 거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LG이노텍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에 주목했습니다. LG이노텍은 환경 분야에서 국내외 사업장의 전력 사용량 중 59%에 해당하는 638GWh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습니다. 지난해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한국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239곳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평균 11%에 그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전환 방법에 대해서도 더 진단해야 하겠지만,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50%가 넘는다는 건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평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업계에서는 올해가 LG이노텍의 ‘바닥’이고 내년부터 반등할 것으로 봤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전장이나 반도체 기판 등에 힘을 실으면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내년도부터 애플 폴더블폰이 나오고, LG이노텍도 분발하는 만큼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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