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161일 만에 포토라인…윤석열 '침묵'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3차 공판 출석
지상출입구 통해 입정…취재진 질문에도 '묵묵부답'
11일엔 입장문 내고 "대선은 자유대한민국 지킬 기로"
2025-05-12 13:47:28 2025-05-12 14:26:44
[뉴스토마토 강석영·유근윤 기자]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가 비상계엄 161일 만에 포토라인에 섰지만,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윤씨는 12일 형사재판 3차 공판에 출석하면서 처음으로 법원 지상 출입구를 통해 걸어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윤씨는 '비상계엄 선포를 사과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엔 일절 답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윤씨는 전날 '국민께 드리는 호소'라는 입장문을 통해 "대선은 자유 대한민국의 체제를 지킬 것인가의 기로다. 단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보수 결집을 시도하며 거듭 현실 정치에 관여하려는 겁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오전 10시15분부터 윤씨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오전 9시55분쯤 중앙지법 2층 서관 입구에 도착한 윤씨는 붉은 넥타이를 맨 채 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렸습니다. 앞선 두 차례 공판에서 윤씨는 언론을 피하기 위해서 지하 출입구를 통해 법원으로 들어간 바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3차 공판에선 지상 출입구로 입정하도록 했습니다. 윤씨가 법원 포토라인에 선 건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161일 만입니다.
 
법원의 이날 조치는 윤씨에 대한 특혜 논란을 의식한 걸로 풀이됩니다. 윤씨는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됐고 내란 수괴 혐의를 받지만, 법원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윤씨가 법정으로 출석하는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도 지상 출입구를 통해 입정했었습니다.  
 
그러나 윤씨는 이날 포토라인에서 멈추지 않고, 법원으로 곧장 들어갔습니다. 취재인은 윤씨에게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있는지 △군부정권 이후 계엄을 선포한 헌정 사상 첫 대통령인데, 아직도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하는지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됐는데, 국민에게 할 말은 없는지 △배우자 김건희씨 공천 개입 의혹이 여전히 정치 공세라 보는지 등에 관해 물었지만, 윤씨는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세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차 공판엔 검찰 측 증인인 박정환 육군 특수전사령부 참모장(준장)과 오상배 수도방위사령관 부관(대위)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됩니다. 12·3 계엄 당시 군 지휘부에 내려졌던 지시 사항을 두고 신문이 이뤄지는 겁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 열린 2차 공판에선 김형기 특전사 1특전대대장(중령)과 조성현 수방사 1경비단장(대령)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습니다. 당시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간파하고 상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두 사람은 "군인이 명령에 복종하는 건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에 국한된다"면서 "군인에게 명령은 반드시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김 대대장은 "2003년 이등병으로 입대해 23년간 군생활을 했다. 그동안 바뀌지 않은 건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때 인용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검찰 수뇌부의 부당한 지시를 폭로한 검사 시절 윤석열씨가 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앞서 윤씨는 201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에서 배제된 것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는 윤씨에게 강골 검사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문재인정부 출범 후 그가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발탁되는 배경이 됐습니다. 김 대대장은 부당한 지시를 폭로했던 윤석열 검사의 말을 그대로 빌려와 2025년 내란 수괴 윤씨의 면전에서 돌려준 겁니다. 
 
아울러 이번 공판부터는 1일 검찰이 윤씨에 대해 추가 기소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도 다룹니다.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은 내·외란 혐의 이외엔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특권이 있습니다. 이에 검찰은 지난 1월엔 직권남용 혐의에 관해선 기소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윤씨가 4월4일 헌재에서 파면되자 추가 기소한 겁니다. 재판부는 내란 혐의와 직권남용 혐의는 같은 사건에 대한 것이고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판단, 병합키로 했습니다. 다만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다음 공판부터 심리를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윤석열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에 출석한 가운데 지지자들이 윤석열을 연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윤씨는 전날인 11일엔 <전한길뉴스>를 통해서 입장문을 내고, 보수 결집을 시도하면서 현실 정치에 관여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3차 공판에 출석하며 국민에게 그 어떤 사과도 없던 태도와는 대조적이었습니다.

윤씨는 '국민께 드리는 호소'라는 입장문을 통해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며 "과연 우리가 자유와 법치의 길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무책임한 선동과 무질서에 국가의 명운을 내어줄 것인가라는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저는 비록 탄핵이라는 거센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놓였지만, 당에 늘 감사했고 단 한 번도 당을 원망한 적이 없다"며 "저는 비록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물러났지만 저는 끝까지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에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6·3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 대한민국의 체제를 지킬 것인가, 무너뜨릴 것인가 그 생사의 기로에 선 선거"라며 "이제 우리는 단결해야 한다"며 "우리의 반대편은 강력하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믿고 단결한다면, 결코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며, 승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