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정적자 3.8조달러↑"…세계경제도 '후폭풍'
트럼프 감세 법안, 미 하원 통과…1표차 턱걸이 가결
상원 통과 미지수…현실화 시 재정 적자 증폭 우려↑
등 돌리는 투자자…"전례 없는 재정적자 올 것" 경고
2025-05-23 16:49:15 2025-05-23 16:49:1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세제 법안이 미 하원 문턱을 가까스로 통과했습니다. 상원에서도 가결 시 미국의 재정 적자는 크게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 경제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감세 정책 파장이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국채금리 상승세로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미국 재정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 아메리카'(미국을 팔아라) 현상도 가속화할 조짐이 엿보입니다. 관세에 이어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인해 위험 수위에 이른 미국의 재정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불안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재정 악화 우려'에…트럼프 감세안, '가까스로' 통과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감세와 지출 삭감을 담은 이른바 '메가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15표, 반대 214표로 가결 처리해 상원으로 넘겼습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에서도 반대표 2표, 기권표(재석) 1표가 나왔으며 민주당 하원의원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라고 이름 붙인 이 법안은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와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 지난 2017년 1기 행정부 당시 시행됐으나, 올해 말 종료 예정인 감세법의 주요 조항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대선 기간 약속했던 팁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면세, 미국산 자동차 구입을 위한 대출 이자에 대한 신규 세액공제 허용 등도 포함했습니다. 더불어 국경 보안 강화와 불법 이민자 추방, 차세대 미사일 방어 체계이자 미국판 '아이언 돔'이라 불리는 '골든 돔'과 관련된 내용도 넣었습니다. 이밖에 조 바이든 행정부 때 통과된 친환경 에너지 인센티브 등은 폐지하도록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법안 중 하나가 통과됐다"며 "상원 동료들이 업무에 착수해 이 법안을 가능한 빨리 제 책상으로 보내주기를 바란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 재정 적자 폭탄 예고…"시장이 감당할 수준 넘었다"
 
다만 해당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미국이 국내총생산(GDP)의 124%에 달하는 부채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이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할 경우 미국의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이유에서 하원과 마찬가지로 상원에서도 감세 법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여러 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법안은 연방정부의 이미 심각한 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지난해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6%가 넘는 재정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쟁이나 금융위기를 제외하고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내용으로는 상원에서 감세 법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이 상원에서 최종 통과할 경우 연방정부 재정 적자가 향후 10년간 3조8000억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재정 적자가 확대되면 미국이 감당해야 하는 이자비용도 상당한 수준으로 늘어납니다. CBO에 따르면 지난해 회계연도 동안 재정 적자에 따른 이자 지급은 8810억달러에 달합니다. 3년 전인 2021년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미 미국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재정 적자 규모로 지난 16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는 미 달러화 패권 지위와 안전자산으로서의 미 국채 신뢰성마저 흔들리게 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라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감수하고까지 미 달러 자산에 투자할 매력을 잃으며 '셀 아메리카' 현상도 가속화할 조짐도 엿보이는 실정입니다.
 
재정 적자 악화로 미국 국채 시장이 요동칠 경우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또한 휘청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날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후폭풍으로 일본·독일 등 선진국의 국채금리도 들썩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민감도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한국 또한 증시·환율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정부의 모니터링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정부는 이날 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고 미국·일본 국채금리 상승 등에 따른 국내 시장 영향 점검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우리는 국채시장에 대해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며 "마치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듯 이 상황을 바라볼 때, 누적된 부채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정확한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향후 3년 내외로 미국은 중대한 고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GDP의 6.5%에 달하는 적자는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공화당 조디 애링턴 하원의원(텍사스주)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을 하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통과시킨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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