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화웨이·SMIC 수출 통제…중국 반도체 성장 막는다
자회사 포함 601개 기관 블랙리스트
수출 위해서는 정부 사전 승인 필수
전문가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할 것"
2025-06-16 16:51:11 2025-06-16 17:56:16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대만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주도하는 화웨이와 SMIC를 수출 통제 블랙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이에 따라 현지 기업들은 이들 업체에 제품, 장비 등을 수출하려면 사전에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최근 일부 대만 기업이 중국에 기술, 인력 등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되자, 정부가 특단의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제재에 더해 대만의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일정 부분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0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만 라이칭더 총통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만 국제무역청(ITA)은 지난 10일 화웨이, SMIC, 해외에 있는 이들의 소속 기관 등 약 601개 기관을 전략적 첨단기술 품목 거래제한 기업 목록에 추가했다고 지난 15일 밝혔습니다. 해당 규정에 따라 현지 회사가 이 목록에 있는 기업에 상품을 수출하려면 대만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대만은 수년 동안 중국에 대한 핵심 반도체 기술 및 장비 수출을 금지해왔지만,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을 통제 리스트에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ITA는 무기 확산 방지 및 기타 국가 안보를 고려하여 이번 조치가 시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은 자치권을 행사하는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며, 필요할 경우 무력 통일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만은 자국 반도체 기술을 앞세워 미국과 동맹을 맺고 방어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독립·친미 성향을 가진 라이칭더가 총통으로 당선되면서 이러한 노선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통제 정책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트럼프 1기 정부가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조치를 취했다면, 바이든 정부는 자국 기업의 수출은 물론, 동맹국의 미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장비와 칩 수출까지 제한했습니다. 현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 엔비디아에 중국용 저사양 AI 반도체 칩 수출을 금지하는 등 제재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대만 정부 역시 이러한 미국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는 이번 조치의 결정적 배경으로 TSMC의 AI 칩 우회 공급 의혹을 지목합니다. 화웨이의 대리 주문 업체가 TSMC에 약 300만개의 칩을 주문했고, 이 중 상당량이 화웨이에 유입된 것으로 최근 드러났습니다. 이 외에도 대만 일부 기업들이 수익을 위해 반도체 공장 건설에 필요한 기술, 인력, 장비 등을 중국에 제공하면서 여러 차례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평가합니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반도체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와 SMIC는 협력을 통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7나노(nm·1nm는 10억분의 1m) 칩을 출시했으며, 5나노 이하 공정에 필수로 여겨지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없이, 심자외선(DUV) 기반의 자체 공정으로 최근 5나노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양사는 현재 상용화된 공정 중 가장 앞선 3나노 칩을 내년 양산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다만 미국 주도의 반도체 제재에 더해 대만의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3나노 공정 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5나노는 삼성전자가 이미 5~6년 전 상용화한 기술입니다. 아울러 화웨이는 노광장비의 한계로 인해 수율과 성능 면에서 삼성전자에 비해 열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3나노 이하 공정부터는 네덜란드 ASML의 EUV 장비가 필수로 여겨지는데, 화웨이는 수출 제한으로 해당 장비를 도입하지 못합니다. 자체 EUV 장비로 이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업계는 ASML 장비를 대체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3나노 역시 삼성전자가 3년 전 개발에 성공한 만큼 격차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의 국내 기업 추격 속도가 일정 부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분기 점유율은 SMIC가 6%으로 삼성전자 7.7%를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AP 시장 지난해 4분기 점유율에서 화웨이의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3%를 차지해 삼성전자(4%)와 1%포인트 격차가 나는 상황입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장비와 기술이 중요한 상황에서 대만의 이번 규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견제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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