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노조의 ‘독식’…삼성 ‘성과급’이 남긴 것
‘연대’ 실종 ‘이익집단’ 성격 노골화
기업 초과이윤 분배, 사회적 화두로
2026-05-28 17:40:47 2026-05-28 17:57:15
[뉴스토마토 배덕훈·안정훈 기자] 장기간 이어져온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이 노사 잠정합의안 가결로 최종 확정되며 일단락됐습니다. 자칫 한국 경제를 흔들 수도 있었던 삼성전자의총파업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점에서 안도감이 들지만, ‘연대가 실종되며 이익집단으로 변화한 노동조합의 행보와, 기업의 초과이익 배분 문제는 우리 사회에 무거운 화두를 던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 역시 기업의 초과이익 배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 삼성전자 성과급 사례를 계기로 지역·협력업체 등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뒤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합의안에 서명하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합의는 한국 산업계와 노동계 전반에 큰 고민을 던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이해관계의 충돌과 최종 결과물은 단순 기업의 노사 간 임금협상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닌, 기업의 이익 분배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남겼다는 지적입니다.
 
막대한 성과급 액수에 대한 논쟁은 제쳐두고, 이번 사태는 결국 기업의 영업이익 분배가 본질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 기업의 사업 성과가 과연 누구의 몫이며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공정하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제기된 공정의 기준은 철저히 대기업 울타리 안의 노조원에게만 국한됐다는 한계가 제기됩니다.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 직원이 중심이 된 노조가 디바이스경험(DX·완제품) 부문 직원 등 동료를 비롯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철저히 소외한 탓입니다. 이러한 행보는 노동운동의 핵심인 연대가 실종된 채, 이익단체로만 기능하는 노조의 현주소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무노조 경영업보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보를 두고 기업별 노조의 한계와 함께 수직 구조화된 재벌 기업 내부 시스템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박종현 경상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별 노조는 산별 교섭이 약하고 교섭 단위가 개별 기업에 묶인 상황에서 자기 사업장 조합원의 몫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삼성전자 노조는 감시와 보상이라는 관계 속에 오랫동안 놓여와 회사·하청·사회를 아우르는 연대의 심리적 기반 자체가 길러지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김동춘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연대의 실종은 상급 노조의 통제력 자체가 없는 기업별 노조에서 초래될 수밖에 없는 결과라며 우리나라 기업 자체가 수직화돼 하청을 쥐어짜는 구조로, 노조 역시 이를 답습해 다른 노동자와 연대할 이유를 못 느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가 삼성그룹이 오랜 기간 지켜온 무노조 경영의 업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노조를 허용하지 않고 경제적 보상으로 대신해 온 전통과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의 무능과 합쳐졌다는 지적입니다. 박 교수는 삼성은 오랫동안 노조 대신 경제적 보상으로 충성을 사는 모델을 운영했고, 노조가 생긴 뒤에도 신뢰와 참여로 주인의식을 키우는 대신 보상이라는 동기에만 의존해 노사 관계가 점점 돈의 언어로만 작동하게 됐다이사회 역시 성과급 산정 기준과 상한 정책이 자본 배분과 보상 거버넌스라는 점에서 책임지고 설계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견제와 조력 기능 어느 쪽도 제대로 못한 이중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짚었습니다.
 
기업 초과이윤, 누구 몫인가
 
삼성전자의 성과급 사례를 계기로 기업의 초과이윤 등 성과를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도 과제로 남았습니다. 정규직 직원을 비롯해 하청업체 노동자, 주주, 기업을 지원한 정부, 납세자인 국민, 지역사회 등 모두가 기업의 성과에 직간접적 기여를 한 까닭입니다. 하지만, 그 성과에 대한 몫을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공정한지에 대한 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에 정부는 삼성전자가 던진 성과급 분배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성공이 노사의 헌신적 노력과 함께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원이 합쳐진 것이라면 재분배도 사회적으로 이뤄지는 해법이 필요하다면서 초과이익 분배에 대한 해법은 사회적 대화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천문학적 초과이윤 속 격차가 벌어지는 데 지금이야말로 동반 성장론같이 원하청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다음달 1일 초과이익 분배를 논의할 긴급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5년간 5조원을 조성해 상생 생태계·인재 육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사업의 성과가 사회에 선순환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에 대한 방안을 이제는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연대기금이나 상생기금 등을 통해 하청업체와 지역사회 등과 성과를 나눠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김 교수는 정부는 세금이라는 재원을 통해, 기업과 임직원은 일부 재원을 내 연대기금을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이를 노조와 시민사회가 함께 사용처를 고민해 회사가 어려울 때를 대비하고, 소·부·장 등 하청업체를 위한 기금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재 반도체를 제외한 내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상생기금 형태로 출연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라며 다만 정부가 삼성전자에 세액 공제 등 지원을 많이 한 만큼, 기금 운용은 정부가 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업 성과 환류는 시혜 아닌 책무
 
박종현 교수는 협력이익 공유의 제도화 등을 조언했습니다. 기업의 성과를 1·2차 협력서와 사전 약정된 공식으로 나누고 강제 분배가 아닌 계약과 세제 인센티브로 유도하는 방식을 통해 수익을 환류하는 책임 이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거버넌스의 투명화를 통해 성과급 산정 기준과 배분 원칙을 이사회 차원에서 명문화하고, 그 안에 협력업체·지역사회 기여를 반영하는 틀을 두는 방안도 조언했습니다. 박 교수는 기업의 성과는 사회로부터 광범위한 자원을 위탁받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성과를 협력사·지역사회 등에게 합당하게 돌려주는 일은 시혜가 아닌 책무라고 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이번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은 구성원을 통제와 보상의 대상으로만 다뤄온 기존의 노사 관계가 자기 몫의 계산에만 집착하게 만드는 등 신뢰의 부재 속에서 국가의 의존을 부른 결과라며 이에 향후 기업이 장기적 가치를 키우면서 구성원과 협력사, 사회 전체를 책임지는 동반자로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관계 및 제도가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덕훈·안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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