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생강이 암세포의 '약한 고리'를 공격한다"
생강의 주성분이 지방산 합성을 억제해 종양 세포 성장 억제
2025-06-23 09:12:02 2025-06-23 15:32:06
암세포의 에너지 공급원을 억제하는 에틸 p-메톡시시나메이트. (사진=Osaka Metropolitan University)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최근 일본의 연구진이 생강류의 한 종류인 켄쿠르 생강(Kencur ginger)에서 발견한 화합물이 암세포의 에너지 생성 과정을 방해해 암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오사카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인간 생명과 생태학 대학원 아키코 코지마-유사(Akiko Kojima-Yuas) 교수 연구진은 이 천연 물질이 기존의 암 치료법이 표적으로 삼지 못했던 암세포의 숨겨진 에너지 전략을 공략할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연구진은 켄쿠르 생강의 주요 성분인 '에틸 p-메톡시시나메이트(EMC)'가 암세포의 지방산 합성 경로를 억제함으로써 세포 성장을 억제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상 세포는 산소가 있을 때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한 산화적 인산화 과정을 통해 효율적으로 아데노신 삼인산(ATP, adenosine triphosphate)를 생산합니다. 이는 생명에 필수적인 에너지 원천입니다. 그런데 암세포는 빠른 증식과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량의 ATP가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암세포는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도 비효율적이지만 산소를 사용하지 않고 빠르게 ATP를 생성하는 글리코시스(해당 작용) 과정에 의존합니다. 이 이론은 1920년대 노벨상 수상자인 오토 워버그 박사가 처음 발견한 '워버그 효과(the Warburg effect)'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효율이 낮기 때문에 암세포가 증식과 생존을 위해 이 에너지 경로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왔습니다. 
 
암세포 에너지 전략의 숨겨진 취약점
 
그동안 학계는 암세포의 비효율적인 글리코시스 방식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암세포가 이외에도 다양한 대사 경로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코지마-유사 교수 연구팀은 EMC가 글리코시스가 아닌, 암세포 내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de novo) 지방산 합성을 억제하여 암세포가 에너지를 얻는 방식을 교란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EMC가 투여된 암세포에서는 ATP 생성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동시에 암세포는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오히려 글리코시스 활성을 증가시키는 역설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는 암세포가 지방산 합성 억제로 인한 에너지 고갈에 대응하기 위해 생존 전략을 발휘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런 적응 반응에도 불구하고 암세포의 증식은 억제되었습니다. 
 
생강 성분이 암세포 생존의 핵심 열쇠인 지방산 합성을 방해
 
연구팀은 추가 실험에서 EMC가 지방산 합성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을 억제하며, 이로 인해 세포 내 트리글리세라이드(TG)의 수준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외부에서 팔미트산(지방산의 일종)을 공급하자, EMC로 인해 떨어졌던 ATP 수준이 정상화되었습니다. 이는 암세포의 생존과 증식에 지방산 합성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결과입니다. 
 
특히 이번 연구는 EMC가 암세포의 중요한 에너지 조절인자인 유전자의 인산화를 감소시키고, 그 결과 지방산 합성의 핵심 조절 단백질의 활성화를 억제한다는 메커니즘을 새롭게 규명했습니다. EMC가 지방산 합성 및 지질 대사 과정을 방해함으로써 암세포의 에너지 공급원을 차단한다는 것입니다. 
 
코지마-유사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암 대사 연구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워버그 효과 이론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치료 표적의 발견과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자연에서 얻은 성분으로 암세포의 약점을 공략하는 연구는 최근 세계 의학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는 암세포의 복잡한 대사 전략을 이해하고, 더 효과적이며 독성이 적은 항암 치료법 개발에 초석을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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