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법무부 장관 인선이 늦춰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9일 만에 장관 후보자 10명을 지명했지만, 법무부 장관은 이번 인선에서 빠진 겁니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 등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공약을 추진할 과제를 짊어졌습니다. 때문에 이 대통령으로서도 법무부 장관 인사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 시절 ‘조국사태’의 반면교사로 삼는 걸로 풀이됩니다. 검찰개혁을 하려다가 오히려 ‘검찰의 역습’을 받는다면 개혁은 수포로 돌아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법무부 장관 인선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2019년 7월25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청와대 본관에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시작을 기다리며 조국 민정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의 반란'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지명을 섣불리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검찰개혁을 새 정부 역점 과제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은 개혁의 총지휘자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이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례가 반면교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도 검찰개혁에 드라이브 걸었고, ‘검찰개혁 전도사’를 자처한 조국 서울대 교수를 대통령실 민정수석으로 발탁한 데 이어 법무부 장관에까지 기용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역습을 받아 조 전 장관 본인은 물론 정권 자체가 위기에 빠졌던 사례가 있습니다.
2019년 8월9일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 조국 민정수석을 지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녀의 입시비리 사건 등 각종 의혹에 직면하게 됐으며 여론은 급격하게 악화됐습니다. 인사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정치권과 언론에선 후보자에 대한 검증에 열을 올렸습니다.
급기야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해 8월27일 후보자를 향해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법조계는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후보자)을 상대로 검찰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을 정도입니다.
조 전 장관은 우여곡절 끝에 취임식을 갖고 2019년 9월9일부터 업무에 돌입했지만, 검찰의 압박과 여론 등에 밀려 취임 35일 만인 10월14일 장관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2024년 11월27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시 ‘윤석열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상대로 진행했던 압수수색을 신속하고 전격적이었습니다. 검찰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한 경우는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그만큼 이례적이었습니다. 압수수색 대상도 의혹이 제기된 모든 것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유죄 판결로 결론지어진 것과는 별개로 검찰이 자신들의 최종 지휘권자를 겨냥해 칼날을 휘둘렀다는 자체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검찰이 ‘직격탄’을 날리는 데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 없이 이뤄지기 힘들었을 겁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오랫동안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자처한 조국 전 장관이 취임하면 검찰개혁이 속도를 낼 것을 우려한 윤석열 검찰의 ‘쿠데타’라는 관측이 중론이었습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검찰의 반란으로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은 원동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이후 임명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은 윤씨만 ‘정의의 사도’로 부각시키기에 충분했고, 검찰개혁은 말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사진=뉴시스)
간단치 않을 적임자 물색
조국 사태를 지켜본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차기 법무부 장관 인선을 놓고 검찰의 반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입니다. 검찰에 반란의 빌미를 줄 요소를 배제하고, 검찰개혁을 완수해 낼 적임자가 필요한 겁니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검찰의 움직임이 ‘수상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검찰이 국민의힘에서 고발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재산 관련 의혹 사건을 하루 만에 수사 부서에 배당하면서 ‘정치검찰’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겁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6년 전 조국 사태 당시처럼 검찰이 전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지만 오해를 사기엔 충분한 행동”이라며 “강단과 능력이 있으면서도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빈틈없는 후보자를 물색하는 것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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