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명정부가 윤석열정부 시절 기업과 부자를 대상으로 한 감세 정책을 원상복구 시키는 등 첫 세제 개편에 나섰습니다. ‘기업 감세에 따른 투자 확대로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던 윤석열정부 세제 정책이 실패했다는 판단으로 법인세를 늘려 세수를 확보함과 동시에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입니다. 재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 법인세 마저 늘면 경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나섰지만, 학계에선 실패한 정책을 되돌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지금 상황이 증세를 해야 할 적기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수 기업이 입주한 서울 도심의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는 지난 31일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2025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윤석열정부의 ‘기업·부자 감세’를 원상복구 하는 것으로 이를 통한 세수 확보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확보한 세수는 AI 등 첨단산업 분야 육성을 위해 쓰입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의 큰 그림은 윤석열정부 감세 정책으로 훼손된 세입 기반을 복원하기 위한 ‘증세’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부자 증세·서민 감세’ 기조가 담겼습니다. 정부가 예측한 세수 효과를 보면 전체 세부 효과의 절반이 넘는 4조1676억원은 대기업 부담이 될 것으로 추계됩니다. 반면 서민·중산층의 부담은 1024억원 줄어듭니다.
특히 윤석열정부의 적극 감세 정책 영향으로 세입 기반이 무너져 이를 복원하는 것이 필연적이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56조4000억원, 2024년 30조8000억원이 덜 걷혀 대규모 세수 펑크가 계속되는 등 정부의 곳간이 ‘유리 지갑’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중 법인세의 경우는 기업 실적 악화, 감세 등 영향으로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년간 80조4000억원, 62조5000억원으로 가파르게 감소했습니다. 이를 뒤집어보면 줄어든 세수만큼 기업이 혜택을 누린 셈입니다.
이 같은 증세 정책에 경제계는 우려를 표하고 나섰습니다. 경제단체는 일제히 입장을 내고 “법인세율 인상은 위기 극복의 주체인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켜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내외 어려운 환경 속에서 경제계의 주장도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학계에선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증세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감안했을 때 지금이 적기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인세 인상 등 증세를 하면 기업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민감하지 않다. 재계가 좀 과도하게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미중 패권 경쟁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에도 재정 정책을 써야 할 가능성이 높기에 (증세는) 시기적으로도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인세의 경우 이익이 난 경우에 세금을 걷는 것으로 이익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을 갈취하는 게 아니다”며 “돈을 많이 번 기업이 세금을 내는 것이지 어려운 기업이 세금을 낸다는 주장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대기업에는 법인세를 걷은 다음에 산업 지원 명목의 재정 지출로 반환해준다”며 “이에 세율 조정 못지않게 이러한 세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해서 경제적 약자 지원에 돌리는 것이 궁극적으로 이 정부가 해야 될 과제로 이번 증세는 잘못된 정책을 되돌리는 첫 발자국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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