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아데나소프트웨어(이하 아데나소프트)가 수백억원대 벤처캐피털(VC) 투자를 유치한 뒤 실체가 불분명한 해외 고객사를 통해 매출을 허위로 부풀리는 등 '가공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가공거래는 재화나 용역의 거래 없이 허위로 거래 내역을 만들어내는 행위입니다. 핀테크 스타트업으로서 기업가치가 6400억원으로 평가됐던 아데나소프트는 지난 2020년 상장을 시도했다가 철회했는데, 이때도 가공거래 의혹이 나왔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아데나소프트웨어 홈페이지 화면. (사진=아데나소프트웨어 홈페이지 캡처)
1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아데나소프트는 2012년 FX(Foreign exchange) 마진거래소 설립을 시작으로 최근 불법 코인거래소까지 운영했습니다. 회사는 이런 방식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돈을 해외로 빼돌린 후 해외 페이퍼컴퍼니와 용역 거래를 한 것처럼 위장해 국내로 다시 자금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가공거래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본지가 확보한 아데나소프트의 고객사 주주명부 등을 보면, 아데나소프트의 관계자들은 고객사 임원으로 등재돼 있었습니다. 해당 주주명부는 각 나라별 금융감독원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영국 금융감독청을 통해 확인한 아데나소프트의 고객사 랜드에프엑스(LAND-FX·현 랜드프라임) 주주명부에는 황○○, 정○○, 윤○○, 도○○, 박○○ 등의 이름이 주요 주주로 기재돼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아데나소프트의 주주들이기도 합니다.
다른 고객사인 스틱페이의 경우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동아프리카의 모리셔스에 설립했다가 폐쇄됐는데, 당시 설립자 또한 황○○씨였습니다. 스틱페이는 키프로스, 말레이시아 라부안에서도 설립된 바 있는데, 키프로스에서는 박○○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었습니다.
해당 업체들은 모두 온라인에서 검색되는 아데나소프트 직원의 이력서에 기재된 회사들입니다. <뉴스토마토>는 해당 이력서에 나와 있는 회사들을 역추적해 이 회사들에 아데나소프트의 주요 주주들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더구나 이력서에 나온 회사들은 아데나소프트가 2020년 상장을 시도했을 때 해외 고객사로 기재된 곳들입니다.
온라인에서 확인되는 아데나소프트웨어 직원 이력서. (사진=인터넷 캡처)
아데나소프트는 지난 2020~2021년 상장 심사 청구를 했다가 돌연 철회한 바 있습니다. 당시 회사는 연이어 벤처 캐피털 등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본지 취재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9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39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업계에선 아데나소트프가 상장을 철회한다는 소식에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내놨을 정도입니다.
이런 탓에 아데나소프트가 상장을 철회한 배경에 관해선 당시부터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 해외 고객사의 주주명부 등 회사의 투명성을 검증할 수 있는 추가 자료를 요청했는데, 이를 제출하지 못하고 상장 철회를 한 것에 대한 의심이 대표적이었습니다.
아데나소프트는 해외 외환 관련 기업, 페이먼트(지급서비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웹사이트 제작, 고객관리, 외환 거래, 트레이딩, 위험관리 솔루션 등을 개발 및 공급하는 업체입니다. 영국, 스위스 등의 유동성 공급자(liquidity provider, LP) 30여개 업체, 해외 외환 선물사 등이 주요 고객입니다. 주요 고객사는 랜드에프엑스, 와이즈비트코인(현 Batonex), 엔콕글로벌(NKOK GLOBAL), 스틱페이 등입니다.
아데나소프트의 2019년도 개별감사보고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영업수익(매출)은 118억원이고 영업이익은 87억원이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73%에 달하는 겁니다. 아데나소프트는 2021년 제57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1000만불 수출 금자탑을 달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아데나소프트는 2019년 이후 상장을 시도하면서 밴처케피탈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영업이익율을 70% 이상으로 만드는 재무제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만든 페이퍼컴퍼니에 용역 거래를 하는 것처럼 위장해 투자를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말 그대로 분식에 해당합니다.
특히 아데나소프트는 상장을 철회한 이후 매년 영업이익이 감소했습니다. 이 회사의 개별감사보고서를 보면, 2020년 170억이었던 영업이익은 2021년엔 168억 7000만원, 2022년엔 114억630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심지어 2023년엔 32억2200만원으로 급갑했습니다. 2024년 영업이익도 93억6000만원이었습니다. 이에 업계에선 가공거래를 통해 돌려막기를 할 돈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랜드에프엑스 불법 FX 마진거래도 수사 대상
아데나소프트와 주주명단이 겹치는 랜드에프엑스와 아데나소프트의 관계 역시 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아데나소프트 관계자들이 이사로 등기된 랜드에프엑스는 2016년 6월7일 영국 금융감독청에 FX 마진거래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했습니다. 랜드에프엑스는 이름을 두 차례 바꿨는데, 현재 상호명인 랜드프라임 이전에 상호명은 '아데나프라임'이었습니다. 해당 업체는 아데나소프트의 관계자인 정승우 대표를 비롯해 황○○씨, 정○○씨, 도○○씨, 윤○○씨 등이 주요 주주입니다.
이들은 국내 세일즈팀을 운영하며 일종의 다단계 구조로 온·오프라인에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접촉해 영업을 했습니다. 랜드에프엑스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중간 단계 영업 브로커인 IB(Introducing Broker)를 모집하는 내용이 확인됩니다.
아데나소프트웨어가 운영하는 랜드에프엑스(LAND-FX·현 랜드프라임)의 국내 IB 모집 게시물. (사진=인터넷 캡처)
IB는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고수익을 미끼로 FX 마진거래를 홍보하는 일을 합니다. 당시 일부 블로그에는 '랜드에프엑스 해외선물 영업/마케팅 지사 모집' '수수료 당일 지급, 합법적인 사업' 등의 문구가 기재됐습니다.
실제 랜드에프엑스를 영업한 IB는 수백명으로 파악됐습니다. 아데나소프트는 IB를 통해 국내에서만 수백억을 벌어들이고, 연간 거래액만 수십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은 제도권 증권사만이 FX 마진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사설 FX 마진거래 업체는 모두 불법입니다.
그렇지만 그간 아데나소프는는 랜드에프엑스가 고객사인 것처럼 해놓고, 이곳에 용역을 제공하는 형태로 거래를 한 것처럼 위장해 국내로 다시 자금을 들여오는 방식의 가공거래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반론]
아데나소프트 관계자는 지난 8일 "주주명부는 회사 내부의 중요 문서로 제3자에게 임의 공개할 수 없다"며 "타 회사들에 대한 주주명부는 해당 회사에 직접 문의하는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년 당시 저희 회사의 상장 철회 관련 한국거래소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철회를 하게 됐다"고 부연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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