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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9일 17:0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중소형 사모펀드(PEF)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각 하우스가 그동안 쌓아온 투자전략과 포트폴리오 성과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국민연금 출자 여부도 시장의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IB토마토>는 국내외 출자자(LP)를 통한 펀드레이징 성과를 점검하고 중소형 PEF들의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서 대형 하우스들이 대형 딜을 중심으로 투자 무대를 넓히는 동안, 중형 하우스들은 산업별 특화 전략을 내세우며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국내 출자자(LP)들이 중소형 하우스 비중을 높이면서 단순한 덩치 경쟁보다는 투자 회수율과 카브아웃, 볼트온 등 다양한 밸류업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노란우산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 국내 주요 LP들은 올해 하반기 예정된 출자 공고와 관련해 중소·중견 운용사 참여 폭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출자 조건 완화로 중소형하우스 '기회'
노란우산공제회는 최근 여러 하우스를 상대로 수요 조사와 의견 청취를 마무리했다. 펀드 최종 결성 규모, 리그 구분 기준 등을 두고 막바지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일반 부문에선 IMM프라이빗에쿼티와 JKL파트너스 등 대형 하우스가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됐고, 소형 부문에선 대신프라이빗에쿼티, LB프라이빗에쿼티 등이 낙점됐다.
다만 올해는 대형 하우스들이 대부분 펀딩을 완료한 데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중형 거래가 주류를 이루면서 중소형 하우스들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달 정기 출자사업 발표를 앞둔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올해 블라인드펀드 출자금액을 지난해 2600억원에서 3100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털(VC) 부문에서 대형·중형·루키 등 3개 리그씩, 총 6개 리그 체계로 운영될 계획이다. 특히 올해 루키리그를 부활시켜 PE 분야서 최대 1000억원, VC 분야는 500억원 수준의 펀드를 결성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행정공제회도 2019년 이후 약 6년 만에 PEF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을 재개한 가운데 총 4곳의 GP에 총 2000억원을 출자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모 조건은 블라인드펀드 2000억원 이상 결성, 선정 후 1년 이내 완료 등이다. 관련 업계선 대형 하우스들의 참전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어 중소형 하우스들의 각축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과거에는 출자 조건이 다소 엄격했지만, 시장 침체로 GP들이 목표치를 제때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다양한 하우스가 참여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해 중소·중형 하우스도 출자 경쟁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트랙레코드 차별화가 출자 여부 갈라
그동안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대형 하우스가 주로 출자하는 구조였다. 국민연금, 산재보험기금, 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연기금·공제회의 출자금은 대부분 MBK파트너스, IMM PE, 한앤컴퍼니 등 소위 '빅3'에 몰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규모보단 성과·전략을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어, 중형 하우스들은 차별화된 트랙레코드를 통해 새로운 LP 풀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성장자본 투자자 정체성을 강조하며 LP들에 좋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국민연금과 한국수출입은행, 공무원연금, 과학기술인공제회, 노란우산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주요 국내 LP들로부터 출자사업을 따냈고, 올해에도 교직원공제회, 산재보험기금 등의 최종 GP로 선정됐다.
프리미어파트너스가 최근 국내 LP 출자사업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며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벤처 투자부터 시작해 중형 바이아웃까지 다양한 성과를 내놨기 때문이다. 회수 성과 역시 내부수익률(IRR) 10%에서 30%까지 기록하는 등 중형 GP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펀드의 경우, 프리미어슈페리어 PEF 1호는 IRR가 92.1%, 2호는 72.6%에 달하며 성공적인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VIG파트너스의 경우, 볼트온 전략으로 산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면서 전문성을 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 투자에서는 다수의 영세 사업자를 합쳐 시장 지배력을 높인 뒤 웅진그룹에 매각하며 배당 포함, 투자금의 약 4배를 회수했다. 프리드라이프 투자는 관련 업계서 엑시트 모범사례로 꼽힐 만큼 성공적이다. 볼트온 이후 시장지배력 강화, 배당 회수, 매각의 전형적인 성공 루트를 밟았다는 평가다.
최근 매각에 착수한 더스킨팩토리(쿤달)도 대표적인 볼트온 전략의 결과물로 꼽힌다. VIG파트너스는 2023년 퍼스널케어 브랜드 쿤달을 약 1700억원에 인수한 뒤 이듬해 스킨케어 브랜드 네시픽을 인수하면서 토털 뷰티·퍼스널케어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네시픽이 보유한 중국·동남아 온라인 유통망을 쿤달과 연결해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했다. 관련 업계선 지난해 색조 브랜드 어뮤즈가 신세계인터내셔널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멀티플 27배에 달하는 가치를 인정받은 것을 고려하면 최소 10~15배 수준의 멀티플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국내 LP들의 선택 기준은 펀드 규모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운용 전략과 차별화된 회수 능력”이라며 “최근 IPO 시장이 부진하고 금리·환율 등 투자 환경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 LP들도 GP의 회수 성과와 실행력을 최우선 평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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