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정의 주요 과제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 등 이른바 '당·정·대'의 혼선이 지속되는 모양새입니다. 내치와 외치 부분에서 모두 엇박자를 내고 있는데요. 최근 들어 부동산 보유세 인상 여부와 관련해 당·정·대의 의견 차가 고스란히 드러난 게 대표적입니다. 부처별로도 같은 현안을 놓고 견해를 달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개혁 과제를 놓고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당·정·대에 관철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양도세 대주주 '갈팡질팡'하다니…부동산 정책 놓고 '혼선'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내치에서 당·정·대 의견차가 두드러진 부분은 부동산 보유세 문제입니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세제 개편 검토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당·정·대의 온도 차가 드러났습니다. 정부는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민주당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일축했습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유세 인상 여부에 대해 "당 차원의 논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공평한 과세를 해야 한다는 조세 원칙인 '응능부담'(부담 능력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는 조세 원칙)에 해당한다"며 보유세 인상을 시사했습니다.
대통령실 이날 보유세 인상에 대한 긍정적 입장에도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말을 아꼈습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는 원활히 하는 방향이 있을 것"이라며 구 부총리의 발언과 궤를 같이했습니다.
세금 문제와 관련해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놓고도 당·정·대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주식 보유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이 정부를 통해 발표됐지만, 주식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민주당은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원으로 수정했습니다. 이를 두고 정부와 여당 사이에 불필요한 엇박자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제 형벌 합리화 차원에서 민주당이 추진 중인 배임죄 전면 폐지 문제도 당·정·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배임죄 완전 폐지에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검찰 개혁 입법 논의 과정에서 중대범죄수사청의 소관 부처를 어디로 할지를 두고, 정부는 법무부, 민주당은 행정안전부를 주장하며 맞선 바 있습니다.
외교·안보 엇박자도 '점입가경'…'북·미 회담', '두 국가론' 이견
외치 부분에선 외교·안보 부처 간 엇박자가 점입가경입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놓고 통일부와 외교부의 이견이 감지됐는데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지만, 외교부는 "알고 있는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도 "정상회담 가능성은 사실 알 수 없다"며 정 장관과 견해를 달리했습니다.
최근 정 장관과 위 실장은 '남북 두 국가론'을 놓고도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 장관은 "우리 대북 정책의 핵심으로, 정부 입장으로 확정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남북 두 국가론'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위 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정부 차원에서 두 국가론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과 배치되는 발언입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지난 유엔총회 연설에서 밝힌 'END 이니셔티브'에 대한 우선순위를 놓고도 정 장관과 위 실장의 의견차가 드러났습니다.
또한 북한 접경지에서 군사훈련 여부를 두고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정 장관과, "군인이라면 기본적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입장이 맞서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정부 외교·안보 라인 내 '자주파 대 동맹파' 갈등의 단면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달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기념 촬영을 한뒤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과 대통령실의 보이지 않는 갈등도 상당합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친 항의에 대해 법적 조치로 대응할 것을 강조하면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힘을 실었습니다. 앞서 유엔총회 순방 때 법사위에서 여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가 추진되면서 이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가 부각되지 못했는데요. 정 대표가 추 위원장에게 법사위 운영을 용인해주면서 또다시 국감 과정에서 갈등이 되풀이될 여지를 남겼습니다.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민주당 내 '투톱'의 의견 차도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정 대표가 이날 이른바 '4심제'로 불리는 '재판 헌법소원제도'를 두고 "당 지도부 안으로 입법 발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는데요. 전날 김병기 원내대표가 당론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지 하루 만에 다시 드라이브를 건 겁니다. 이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 내 의견 일치가 안 되거나, 민주당과 대통령실의 엇박자는 너무 자연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선 "당·정·대가 엇박자를 내면 국정 기조가 흔들린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민심에 대한 고심이 컸습니다.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민심이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있는데 당·정·대 의견이 엇갈리면서 내년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부처별로도 특정 현안에 대한 견해 차가 좀 있는 것 같다"며 "부처조차 통일된 의견으로 조율하지 못하면 국정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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