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나란히 3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K-반도체’의 저력을 입증했습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흐름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매출 86조원에 영업이익 12조원을 달성한 것입니다. 앞서 SK하이닉스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한 바 있습니다. 양사가 나란히 수혜를 입은 가운데,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가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의 호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사진=뉴시스)
국내 대표 반도체 제조사가 동시에 고공행진하는 3분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30일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86조617억원, 영업이익 12조166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8.8% 오르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32.5%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야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상승세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DS 부문의 매출은 33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7조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27조9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습니다.
특히 HBM3E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의 실적이 주목됐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고부가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사상 최고 분기 매출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HBM3E는 전 고객을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라고 밝혔는데, 지난해부터 퀄 테스트 통과를 기다려온 엔비디아에도 HBM을 납품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첨단공정을 중심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해마다 적자를 기록하면서 DS부문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삼성 파운드리는 최근 테슬라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을 연이어 수주하면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삼성전자의 반등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에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매출은 24조4489억원, 영업이익이 11조3834억원으로 상승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실적 1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SK하이닉스. (사진=뉴시스)
AI 수요 확대에 따라 HBM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양사는 향후 늘어날 물량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전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하는 등 고객사 일정에 맞춰 양산 및 출하할 준비를 마쳤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HBM4 생산라인을 구축한 데 이어, 청주 M15X 공장의 클린룸을 조기 오픈하고 장비 반입을 시작했습니다.
업계는 양사의 경쟁 구도 속에서도 K반도체의 ‘동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4분기 이후로도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 계속되면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메모리 슈퍼 사이클은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기존 재고 중심의 경기순환형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수요에 기반한 장기 성장 국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HBM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AI 대전환 시대이기 때문에 HBM 수요도 계속 뒷받침할 것으로 본다”며 “지금의 흐름은 기존 반도체 사이클과 다른 양상이다. 엄청난 수요가 여전히 예상되는 만큼, (상승·하락 패턴이 반복되는) 기존의 사이클은 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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