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은행권이 경영 실적을 두고 벌이는 '리딩뱅크(순이익 1등 은행)' 경쟁이 치열합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불과 100억원 차이입니다. 이들 은행이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이 무섭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일제히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을 천명하며 여신 포트폴리어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기업대출 공략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3분기 누적 순익 격차 100억 불과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반기까지 리딩뱅크 여부는 불과 순익 100억원을 두고 갈렸습니다. KB국민은행은 3조3645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1위 자리를 차지했고, 그 뒤를 신한은행이 3조3561억원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두 은행의 실적 격차는 100억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은행들이 한개 분기에 1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내기도 하는 점을 고려하면 순위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습니다. 
 
하나은행의 추격 속도도 무섭습니다. 하나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조1333억원입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2년, 2023년 연속으로 시중은행 순이익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신한은행에 1위 자리를 내줘야 했습니다.이 기세라면 올해 연간 실적으로 리딩뱅크 탈환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그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 1000억~3000억원 뒤졌지만, 4분기 실적에서 두 은행을 뛰어넘으면서 역전했습니다. 
 
하나은행이 과거 시중은행 순이익 1위에 오른 배경에는 기업대출이 있습니다. 하나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2021년 122조원에서 2022년 137조원으로 급증했고, 129조원의 가계대출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이후 기업대출은 2023년 157조원, 2024년 162조원으로 성장했습니다. 3분기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77조원으로 전체 대출의 55%를 초과했습니다. 
 
올 들어 기업대출 증가 폭도 가장 큽니다. 하나은행은 연초 대비 기업대출 잔액이 10조9570억원으로 6.6%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증가폭은 각각 3.5%(6조6000억원), 2.3%(4조1565억원)입니다. 
 
하나은행의 경우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업대출 추가 확대 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담대 위험 가중치 하한선이 상향되거나 위험가중자산(RWA) 증가 부담이 큰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야 할 때 포트폴리오에 추가적인 변화를 줄 여유가 있습니다. 
 
리딩뱅크 경쟁은 기업대출 실적에서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재명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규제를 내놓은 데 이어 가계대출 공급량을 감축했습니다. 꽉 막힌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업무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기업대출 확대" 한목소리
 
현재 국내 대형 은행의 대출 자산 구성을 보면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비중이 50 대 50 수준입니다. KB국민은행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가계대출 비중이 시중은행 중 가장 높습니다. 지난 3분기 기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은 각각 182조원, 193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원화대출금 375조원 중 가계대출 잔액 비중은 48%에 달합니다. 가계대출 비중이 40% 초중반대에 형성돼 있는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신한은행의 3분기 기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잔액은 각각 146조원, 185조원입니다. 전체 원화대출금 331조원 중 가계대출 잔액 비중은 44%입니다. 하나은행도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잔액은 각각 140조, 177조원으로 가계대출 비중이 44% 수준입니다. 
 
이정빈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기업대출은 상반기에는 보수적인 성장을 했지만 3분기부터는 적극적으로 확대해 4조원 정도 증가했다"며 "올해 전체로는 7조~8조원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종민 국민은행 CFO는 실적 컨콜에서 "지난 1~3분기 유사하게 성장을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 하에서 대출 성장은 전체적으로 가계대출은 3% 내외, 이제 기업 대출은 6~7% 내외 수준의 성장을 하면서 연간 5%대 수준을 성장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종무 하나금융 CFO는 "국민성장펀드 10조원, 기업여신 64조원, 포용금융 16조원 등 총 100조원 규모의 경제성장 프로젝트를 5년 동안 추진할 계획"이라며 "매년 20조원씩 자본을 투입하면 RWA이 연간 12조원 증가하겠지만, 가계·기업대출 병행 공급으로 CET1 하락 폭은 20bp 내외로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중심으로 자본을 관리해나가겠다"고 했습니다. 
 
KB금융(105560)의 나상록 CFO는 "생산적 금융 관련해서는 현재 지원 준비는 다 돼 있는데 정확한 지원 금액은 발표 시점에 확정될 것 같다"며 "지원 금액도 중요하지만, 자산 구조를 RWA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변환시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동산 금융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자산 구조를 제조업 SME 중심으로 RWA 질을 높이면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