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검란
검찰, 대장동 일당 1심 선고 '항소 포기'
8일 새벽, 일선 수사팀 '부당 지시' 반발
정진우 중앙지검장 사퇴…'후폭풍 계속'
민주당, 국정조사·청문회·상설특검 추진
2025-11-09 18:40:42 2025-11-09 22:13:56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한밤에 일어난 '검란'(檢亂)으로 검찰과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검찰 지휘부가 대장동 개발 비리로 1심에서 중형을 받은 김만배씨 등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자 일선 수사팀 검사들이 항명하고 나선 겁니다. 수사팀의 반발 탓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후폭풍은 계속됐습니다. 민주당은 수사팀이 이 사건에 관한 강압적 수사를 반성하지 않고, 검찰 개혁 기조에 맞선 조직적 항명을 하고 있다면서 대장동·대북 송금 수사에 대해선 국정조사와 청문회, 상설특검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9일 민주당은 검찰의 대장동·대북 송금 수사에 관해 국정조사와 청문회, 상설특검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친윤(친윤석열) 검사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무리하게 이 사건과 엮었다고 판단,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겁니다. 민주당이 국정조사·상설특검 카드를 꺼낸 더 직접적 이유는 지난 7~8일 밤 사이 일어난 검란 때문입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대장동 수사팀 "검찰 지휘부, '항소 불허' 지시" 주장
 
한밤의 검란이 벌어진 계기는 지난달 3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앞서 10월31일 서울중앙지법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기소된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겐 징역 8년, 남욱 변호사에겐 4년에 처하는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 5명에 대해 징역 4~8년의 중형과 벌금·추징금 등을 선고했습니다. 일당은 선고 직후 모두 '법정구속'됐지만, 전부 항소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수사·기소한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항소 기한 마감일인 7일까지 항소장을 내지 않은 겁니다. 문제는 일선 수사팀 검사들이 이 과정에서 검찰 지휘부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항명하고 나선 겁니다. 수사팀은 8일 새벽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수사·공판팀(검사)은 항소 기한 내인 7일 항소장을 제출해 항소심 판단을 받고자 했으나 자정에 이르기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7일 오후 무렵 갑자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면서 "급기야 항소장 제출 시한이 임박하도록 그 어떠한 설명이나 서면 등을 통한 공식 지시 없이 그저 '기다려보라'고 하다가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를 함으로써 항소장 제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팀은 항소 기한을 4시간30분가량 남긴 오후 7시30분쯤, 대검으로부터 '항소 제기 불허'를 통보받았습니다. 이후 오후 11시20분까지 중앙지검 지휘부는 항소장 접수 여부와 관련해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항소의 실익이 없다고 했다'는 설명만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이준호 중앙지검 4차장검사는 7일 밤 12시를 7분 남기고 '정진우 지검장이 불허했다'며 항소 불승인을 최종 통보했습니다. 
 
대장동 사건에 관한 공소 유지를 담당한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7일 오후 중앙지검장이 항소장을 결재했지만, 대검 반부패부장이 재검토하라며 항소 제기를 불허했다'는 취지로 글을 올렸습니다. 강 검사는 해당 글에서 "대검이 법무부에 항소 여부를 승인받기 위해 보고를 했고, 검찰과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항소의 필요성을 보고했으나 장관과 차관이 이를 반대했다고 전해 들었다"라고 썼습니다. 
 
지난 8일부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내부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사팀 '강압·불법 수사' 드러나…'항소 실익'도 없어
 
일각에선 이 사건에 관한 검찰의 강압수사와 그에 따른 불법수사 논란 탓에 검찰 지휘부가 항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남욱 변호사는 지난 7일 대장동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실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정일권 당시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부부장검사가 조사실로 들어오더니 자기 아이들의 사진을 꺼내 보여주면서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다'라는 표현을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이때의 일로 심리적 압박을 받아 가급적 이재명·정진상에 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고, 김만배씨에게도 검찰에 협조하라고 제안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아울러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선고 결과, 검찰로선 항소를 할 실익이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앞서 지난 6월27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만배씨에겐 징역 12년, 유동규 전 본부장에겐 징역 7년, 남욱 변호사에겐 징역 7년, 정영학 회계사에겐 징역 10년, 정민용 변호사에겐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김씨와 유 전 본부장에겐 징역 8년, 남 변호사에겐 4년, 정 회계사에겐 5년, 정 변호사에겐 6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1심 재판부의 양형 기준이 기존 대법원 판례에 충실했고, 형량도 검찰의 구형과 비교해 크게 모자람이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일반적으로 검찰이 항소를 하는 기준은 법원 선고 결과가 구형량의 3분의 1 미만일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번 1심은 항소 기준을 넘어선다는 겁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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