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자사주 의무소각 논쟁…정계·기업 온도차 뚜렷
국회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5개 발의
상장사 반대 입장…상법과 충돌 살펴야
2025-11-17 06:00:00 2025-11-1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3일 11:0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정치계에서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주 환원을 강화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며,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상장사 절반 이상은 경영권 방어수단이 약화되고 경영전략에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자사주 소각이 임직원 보상, 인수·합병(M&A) 활용 가능성 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현행 상법과 조화로운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진=국회)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만 '5건' 발의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회에 발의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은 5개다. 지난 7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비롯해 같은 당 민병덕·김현정·이강일 의원,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등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법안을 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23일 발의된 이강일 의원안의 주요내용은 상법개정안과 거의 유사하고 상장회사에 적용된다는 점과 기보유 주식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차이만 있다. 상장회사 특례 중 자사주 관련 규정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돼 있는데, 발의된 법안은 상장회사를 적용대상으로 하면서 상법에 규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당은 기업의 자사주 매입 성격을 ‘자산 거래’가 아닌 ‘자본 거래’로 명확히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도 발의했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여당 중심으로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제3차 상법 개정이 논의되는 가운데, 세법 개정안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회계적 기반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제3차 상법개정안 처리도 예고한 상태로 알려졌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 유보 현금을 주주에게 실질적으로 환원화는 효과가 있다. 주당순이익(EPS), 주당순자산가치(BPS)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사익추구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다만 기업의 현금 흐름 부담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회사가 M&A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자사주 보유 상장사 3곳 중 2곳 이상 의무화 반대
 
자사주 의무소각에 대해 기업은 대체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자사주를 10% 이상 보유한 10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62.5%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회사들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사업재편 등 다양한 경영전략에서 자사주를 활용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가 전체의 29.8%로 컸다. 이어 '경영권 방어 가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27.4%)', '자사주 취득 유인이 줄어 주가부양 효과가 악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15.9%)', '해외 입법례 등에 비해 국내 기업환경이 불리해질 수 있단 우려(12.0%)가 뒤이었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취득 자체를 포기하거나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기업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에 의하면 '취득 계획이 없다'는 전체의 60.6%였고, 취득을 고려 중인 기업들(39.4%) 중에서도 56.2%가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자본시장연구원)
 
"상법과 충돌, 조화 필요해"
 
이와 관련 자본시장연구원은 ▲제도 설계 방향 ▲현행 제도와의 조화 ▲처분 공정화 병행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면서 예외적으로 활용하는 입법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법에서는 임직원 보상, M&A 대가 등 자기주식 활용을 허용하고 있는데 해당 내용과의 조화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합병 등 특정 목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채권자보호절차가 있어야만 소각이 가능해서다. 자기주식 처분시 지배권 강화에 악용된 사례를 막기 위해 자기주식 처분 공정화도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기주식 소각 의무 제도를 설계할 때 스톡옵션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짜야 한다"라며 "소각 의무화와 더불어 처분 공정화도 반드시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꼬집었다. 
 
다른 IB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사주 매입 소각과 배당을 통한 주주 환원이 크게 확대되는 등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라며 "정부는 올해 두 차례의 상법 개정으로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자본 시장을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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