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자율주행)③‘허송세월’ 국내 자율주행…정부 “실증·규제 합리화”
글로벌기업, ‘엔드투엔드’ 투자 방식 채택
도시 전체 ‘실증구역’…자율주행 도시 조성
2025-11-27 11:58:11 2025-11-27 16:34:37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박형래 인턴 기자]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은 자본 투자, 데이터 장벽에 막혀 아직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자율주행차 업계와 전문가들이 정부의 적극적 대책을 주문하는 배경입니다. 이에 정부도 본격적으로 실증과 규제 등을 합리화하고 자율주행 실증 도시를 만드는 등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섰습니다.
 
국내 임시 운행 허가 자율주행차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가 윤종오 진보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입수한 ‘국내 임시운행허가 자율주행차 대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 388대의 자율주행차가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연도별로는 2021년 66대, 2022년 86대, 2023년 151대, 2024년 41대, 2025년 9월까지 44대입니다.
 
자료를 보면, 자율주행차 대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 2023년 이후 실제 발전 속도는 기대보다 더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고도 자율주행(레벨3 이상)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는 기술적·법적 문제들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 바람에 관련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레벨3 자율주행차 규제를 제정했고, 레벨4 규정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마련했습니다. 규제적으로는 이미 충분한 기반이 갖춰져 있지만, 실제 차량이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만드는 자본 투입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현재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개발 기업 ‘웨이모’는 15조가 넘는 누적 투자금을 받아서 10년 가까이 기술개발을 이어오고 있고, 아폴로(바이두), 위라이드, 포니AI 같은 중국 기업들도 기본적으로 조 단위 투자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 (사진=라이드플럭스)
 
반면, 국내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실제로 돌아다니며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예산 투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서울시 등 지자체 사업을 통해 운행하는 형태로, 자체 예산만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상무는 “전기차가 2024년 기준 약 60만대의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가 연간 2조원대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라며 “자율주행차 역시 전기차·수소버스처럼 정부 보조금이나 예산 지원이 병행돼야만 대중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딘 성장 ‘대규모 투자’ 부족
 
이처럼 국내 자율주행 산업이 기술력에 비해 더딘 성장을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대규모 투자 부족입니다.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테슬라, 웨이모를 비롯해 중국의 바이두, 샤오펑, 화웨이 등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를 포괄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실제 도로에서 대규모 주행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해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테슬라는 전 세계 수백만 대의 차량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인프라를 구축했고,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실증과 상용화를 동시에 추진 중입니다.
 
서울 마포구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에서 승객을 태운 자율주행차가 운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한국의 자율주행 관련 투자 규모는 미국과 중국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2021년부터 7년간 약 9000억원 규모의 자율주행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중 실제 자율주행 핵심 기술(인지·판단·제어 등)에 투입된 금액은 약 2000억원 내외에 불과합니다.
 
업계에서는 산업이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규모 투자 유치가 시급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 교통 환경을 반영한 자율주행 통합 실증 리빙랩 같은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민간투자 유치와 기술 고도화가 가능합니다. 
 
또한 오픈소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업 간 데이터와 학습 모델을 공유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개별 기업의 자본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장정아 아주대 교통연구센터 교수는 “정부가 하나의 통합 채널이나 디렉터 역할을 맡아 기업들이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같은 ‘실증도시’ 만든다
 
이에 정부는 2027년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도시 전체가 실증구역이 되는 자율주행 실증도시를 조성합니다. 정부는 지난 26일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테스크포스(TF)에서 자율주행차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서울 상암에서 테스트 중인 라이드플럭스 자율주행차. (사진=라이드플럭스)
 
이는 새 정부 경제성장 전략의 AI 대전환 15대 선도 프로젝트의 본격 추진을 알리는 첫 번째 대책으로, 대통령 주재 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와 경제부총리·국토부 장관 간담회 등 현장과 긴밀한 소통을 거쳐 마련했습니다.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사와 차량 제조사를 비롯해 택시 등 관련업계와 전문가, 이해단체 등에서 제기된 건의를 종합 검토해 수립한 이번 대책은 ‘글로벌 3대 자율주행차 강국 도약’을 비전으로 내세웠습니다. ‘자율주행차 레벨3 무규제, 레벨4 선허용-후관리 체계 구축’ 전략에 따라 실증·규제·R&D·제도 등을 전방위로 지원합니다. 
 
먼저, 미국(샌프란시스코), 중국(우한) 등 자율주행차 선도국과 같이 도시 전체가 실증 구역이 되는 자율주행 실증도시를 조성합니다. 해당 도시는 100대 이상의 자율주행 차량이 투입되며,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참여하는 K-자율주행 협력 모델을 기반으로 운영합니다. 
 
교통취약지역 내 자율주행 버스 운영 지원도 확대해 자율주행 기술개발의 핵심인 주행데이터 축적을 뒷받침하고 국민이 일상 속 자율주행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강희업 국토교통부 제2차관(왼쪽)이 지난달 22일 경주 보문단지를 방문, '2025 경주 APEC' 대비를 위해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
 
기업의 실증과 R&D에 애로로 지적되어온 각종 규제도 합리화합니다. 자율주행 AI 학습에 필수적인 데이터의 양과 질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 촬영 사실 표시 차량을 통한 원본 영상 데이터 활용을 허용하고, 개인 차량으로 수집된 영상데이터는 익명·가명 처리 뒤 활용할 수 있게 합니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사에만 허용하고 있는 임시운행허가를 운수사업자까지 확대하고, 기업의 자체 안전 계획 수립을 전제로 교통약자 보호구역 내 자율주행을 허용하는 등 실증 환경 여건을 다방면에서 개선합니다. 자율주행 차량 생산·기술 경쟁력 향상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R&D를 지원합니다. 
 
업계는 이번 정부의 지원 방안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서현철 라이드플럭스 PR팀장은 “국가적으로 실증도시를 선정하고 여러 지원을 해주면 큰 힘이 될 것 같고 감사한 일”이라며 “이번 지원 방안 중 GPU 지원, AI학습센터 설립 등 연구개발 지원 내용도 엔드투엔드 자율주행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상용화에 활용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지원”이라고 했습니다. <끝>
 
표진수 기자·박형래 인턴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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