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계엄이 남긴 금융시장 후폭풍
2025-12-03 06:00:00 2025-12-03 06:00:00
정치·사회 곳곳에 상흔을 남긴 지난해 12월3일 계엄은 금융시장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계엄 발표 직후 원·달러 환율은 1443원까지 치솟으며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파를 던졌다. 6시간 만에 끝난 계엄이었지만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던 악몽으로 남는다.
 
계엄 사태는 우리 금융시장에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특히 무능한 정치적 결정이 나라 전체의 금융·외환시장을 뒤흔들 수 있단 점에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남긴 교훈이 됐다.
 
환율 급등으로 금융사와 기업 및 가계는 모두 외환 리스크에 직면해야 했다. 특히 외화 차입이 많은 금융사가 크게 영향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도 잃었다. 정치 리스크가 금융시장 흐름에 악영향을 끼친 탓이다.
 
금융당국의 발 빠른 조치 덕분에 금융시장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거시경제를 담당하는 주요 인물 4인이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시장의 충격 강도는 줄어들었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대응에도 우리가 앞으로 해결할 과제는 수두룩하다. 특히 극단적 상황에서 유독 취약한 원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원화 약세니 불안정이니 얘기하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 펀더멘털 이상의 구조적 취약점이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 흐름이나 외화 수급, 자본 이동, 정치 리스크가 마구잡이로 섞이다 보면 어느새 원화는 급락 가능성이 높은 통화가 돼버린다. 원화가 다른 주요 통화보다 외부 충격이나 정치 리스크에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계엄이라는 극단적 정치 이벤트는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원화 자산의 리스크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다. 정치적 불안정이 원화 기반 구조에 얼마나 부정적이고 불안정한 여파를 끼치는지를 드러낸 사례다. 특히 한국 금융시장이 아직도 글로벌 투자자 눈높이에서 정치 불확실성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정치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즉각적이고, 때로는 파괴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미뤄보면 국내 금융 체계의 체질을 강화하는 노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국처럼 양 진영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정치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나라에서는 원화가 언제든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인식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정치적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금융시장 전체가 원화 안전판 구축을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계엄 사태는 단지 하루의 충격으로 끝났지만 이를 단순한 일탈로 치부한다면 한국 금융시장 전체의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치 이벤트가 곧 금융 리스크'라는 인식을 불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금융시장 참여자와 정책의 예측 가능성, 정치적 안정성이 필수다. 심리를 기반으로 한 금융시장의 신뢰가 흔들리면 그 충격은 되돌리기 어렵다. 
 
유난히 어두웠던 12월3일 저녁, 그 밤의 그림자는 이제 법정 아래서 심판을 받고 있다. 후대에 이러한 충격파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금융시장 역시 단순한 숫자 관리가 아니라 체질 개선으로 신뢰 회복을 도모할 때다.
 
임유진 금융팀장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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