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방산업계가 최근 대형 계약을 연이어 따내며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물량을 소화해내는 납기 능력은 물론, 타 방산 강국과는 달리 기술이전·현지생산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통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현대로템이 폴란드에 수출한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최근 국내 방산업계가 각국의 산업 기반에 직접 녹아드는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며 영향력을 더욱 확장하고 있습니다. 단순 판매를 넘어 생산·정비 체계까지 구축해 신뢰를 끌어내고, 장기 파트너십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로템은 페루와 ‘K2 전차 및 K808 차륜형장갑차 공급을 위한 총괄합의서’를 체결했다고 10일 밝혔습니다. 향후 이행계약이 체결되면 총 195대 규모의 전차·장갑차 수출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현대로템은 단순한 장비 판매를 넘어 현지 조립공장 설립, 일부 생산공정의 현지화, 장비 운용·정비 교육 및 군수지원까지 제공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국내 방산업계는 ‘기술이전+현지생산’ 전략을 내세워 다수 대형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현대로템은 지난 7월 폴란드와 360대, 약 9조원 규모의 K2 전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해당 계약 역시 현지생산과 정비 지원 체계 구축을 포함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입니다. 이후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산하 부마르와 별도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해, 폴란드가 자체적으로 유지·보수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전 범위를 구체화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현지화 전략을 축으로 수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지난 9월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 기업 WB그룹과 천무 유도탄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며 현지생산 기반을 넓히고 있으며, 생산시설 구축과 현지 인력 투입을 통해 기술이전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 덕분에 한화는 2022년 이후 K9 자주포와 천무 등을 연이어 공급하며 폴란드에서만 누적 14조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확보했습니다. 루마니아에서는 지난해 K9·K10 수출 계약 체결 이후, 2027년부터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계획도 공식화했습니다.
LIG넥스원도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회사는 지난해 9월 이라크와 약 4조원 규모의 중거리방공체계(M-SAMⅡ·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어 11월 UAE 방산 기업 칼리두스와 현지 생산 법인 설립, 방공 체계 공동개발, 기술이전 등에 합의했습니다. 이를 통해 중동 지역에서도 현지화 기반을 마련하는 모습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을 중심으로 글로벌 방산 수출 시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무기 수출국들은 대체로 기술이전에 소극적인 데다 수입국 입장에서는 초기 구매비보다 향후 유지보수(MRO) 비용이 훨씬 큰 만큼 현지생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방산업계는 이 지점을 공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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