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정책금융, 기준을 만든 1년
2025-12-16 06:00:00 2025-12-16 06:00:00
세밑의 한기가 매섭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가 마주한 현실의 냉기는 그보다 더 엄혹하다.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출범 2년 차를 맞아 지난 1년간의 정책금융기관 종합 평가를 정리하며 느낀 위기감도 다르지 않았다. 정책금융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관행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연구소는 이 질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올해 연구소가 13개 주요 정책금융기관을 평가하며 세운 기준은 분명했다. 바로 '기술 기반 중소·벤처·스타트업 지원'이다. 왜 지금, 기술 벤처인가.
 
한국 경제의 성공 방정식은 이미 바뀌었다. 대기업이 벌어오면 온 나라가 함께 잘산다는 낙수효과의 유효기간은 끝난 지 오래다. 오늘날 글로벌 경제의 판을 흔드는 진짜 '게임 체인저'는 기술로 무장한 벤처와 스타트업이다. 시장을 파괴하고, 규칙을 재정의하며,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한 혁신기업이야말로 한국 경제를 떠받칠 대체 불가능한 엔진이다.
 
그렇다면 정책금융의 역할 역시 재정의돼야 한다. 고위험·고수익 구조로 인해 민간자본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영역, 즉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지점에서 정책금융은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기술 혁신기업의 초기·성장 단계에서 발생하는 자금 공백에 다리를 놓는 것, 그것이 정책금융 존재의 이유다.
 
이 문제의식은 연구소가 지난 2월부터 제창해온, 이른바 '68혁명'으로 구체화됐다. 법정기금 운용액의 최소 5% 이상을 기술 기반 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하자는 제안이다. 지난 대선 당시 벤처·스타트업 살리기 담론으로 출발한 이 구상은 이제 40조원 규모의 벤처투자 시장 조성, 국민성장펀드 논의 등 현실적인 정책 과제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 평가는 이러한 철학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13개 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객관적 데이터를 분석했다. '생산적 금융'이라는 시대적 요구 앞에서 각 기관이 얼마나 실질적인 준비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따져본 것이다.
 
평가의 시선은 기관 내부에만 머물지 않았다. 정책금융을 둘러싼 거버넌스 생태계 전반으로 문제를 확장했다. 정책금융기관은 '1기관 1법'이라는 구조 아래 국회와 정부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움직인다. 국회의 입법 활동이 기관의 발목을 잡고 있지는 않았는지, 정부의 관리·감독이 관치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물었다. 기관장 리더십부터 국정감사 대응까지, 평가의 잣대는 입체적으로 적용됐다. 
 
공급자 중심의 시각에서도 벗어나고자 수요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여론조사를 통해 정책자금이 현장에서 얼마나 효능감을 발휘하는지 측정했다. 숫자로 포장된 실적이 아닌 국민이 체감하는 온도가 진짜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과 평가의 결실이 바로 오늘, '2026 토마토 대한민국 좋은법·좋은정책 대상' 시상식에서 공개된다. 연구소는 이 자리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기관과 정책을 조명하고 대한민국 정책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헌법 제123조 3항은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선언이 아니라 국가에 부여된 엄중한 책무다. 과거 특혜에 기대 성장해온 대기업 중심의 기형적 경제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제 국가의 역할은 기술 선도형 중소·벤처·스타트업 중심으로 완전히 새롭게 설계돼야 한다.
 
연구소는 앞으로도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날을 세우되, 대한민국 경제가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 나갈 것이다. 오늘 시상식이 대한민국 정책금융의 새로운 기준을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오승주 정책금융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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