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앤코, 장기매물 정리 '속도'…"통매각 대신 분리매각으로"
경영 정상화 위해 장기매물 리스크 해소 '의미'
엑시트 방식 전환…"매물 가치 변동 고려해야"
2025-12-29 06:00:00 2025-12-2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4일 10:2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장기 보유 자산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기매물 포트폴리오의 투자회수(엑시트) 전략을 통매각 중심에서 분리매각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온시스템(018880) 지분 정리를 기점으로 SK해운과 케이카(381970)까지 모두 사업부, 자회사 등을 따로 떼어 매각하는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중 통매각 외의 방식을 택한 기업은 한온시스템, SK해운, 케이카 등이다. 3개 기업 모두 한앤코 포트폴리오 중 장기매물에 속한다.
 
(사진=한앤컴퍼니)
 
한온시스템, 경영권 프리미엄 포기…지분 이전 방식 택해
 
한앤코의 엑시트 전략 변화는 한온시스템 매각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한온시스템은 사업부를 쪼개 파는 방식이 아닌, 경영권 지분을 넘기는 형태로 정리됐다. 한앤코는 한온시스템을 2014년 12월 인수한 이후 약 10년간 보유하며 엑시트를 모색해 왔지만,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황 둔화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조기 통매각은 번번이 무산됐다.
 
인수 당시 한앤코는 전략적투자자(SI)인 한국타이어(161390)와 함께 비스테온으로부터 한온시스템 지분 69.99%를 약 3조8000억원에 사들였다. 한앤코가 50.5%, 한국타이어가 19.49%의 지분을 갖는 구조로 각각 2조7500억원, 1조800억원이 투입됐다.
 
한앤코는 이후 배당을 통해 약 7000억원을 회수했지만, 통매각이 어려워지자 사실상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구조로 단계적 엑시트에 나섰다. 구주매각과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2대 주주였던 한국타이어에게 경영권을 넘긴 것이다. 한앤코는 지난해 10월 한국타이어에 일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약 1조2000억원을 회수, 지분율을 21%대까지 낮췄다.
 
다만 엑시트 결과는 당초 인수가 대비 절반 가격에도 못 미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2조7500억원을 투입했지만, 배당을 포함해 아직 회수 금액은 2조원을 넘지 못한다. 남은 지분 매각을 통해 8000억원 이상을 회수해야 손해가 아니라는 계산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경영권을 사실상 넘김으로써 장기매물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의미를 둔 것”라며 “통매각이 어려운 업황과 시기가 장기화되면서 지분 정리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우선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SK해운·케이카, 통매각 난항에 사업부·자회사 분리매각 추진
 
한앤코는 2018년 SK(003600)그룹으로부터 SK해운 지분 71.4%를 약 1조5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통매각을 기본 시나리오로 엑시트를 기회를 노려왔다. 하지만 해운업 특유의 기간산업 규제와 제한적인 인수 후보군, 대규모 인수자금 부담 등이 맞물리며 통매각 성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선 국내 SI 가운데 HMM(011200) 정도가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힌다.
 
한앤코는 SK해운의 실적이 개선되자 투자금 회수를 위해 2023년 말부터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앤코가 통매각 방식을 고수한 가운데 원매자인 HMM이 액화천연가스(LNG)선 사업부를 제외한 벌크선·탱커선·액화석유가스(LPG)선 등 일부 자산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최대 2조원의 가격을 제시하면서 협상은 한 차례 무산됐다. 한앤코 측에선 SK해운 몸값으로 최대 4조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선 SK해운 몸값을 고려해 통째로 인수하는 것은 원매자로서 재무적 부담이 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과거 한진해운과 STX팬오션(현 팬오션) 사례처럼 자산 단위 매각을 통해 단계적 엑시트에 나서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온다. 앞서 한진해운은 2016년 청산 위기 속에서 미주·아시아 노선 영업권과 선박 자산을 분리 매각했고, STX팬오션은 비주력 선박을 개별 매각해 몸집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다만 SK해운의 경우 펀드 만기가 2027년으로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 한앤코가 서두르기보다는 통매각과 분리매각을 병행 검토하며 시장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데다, 경기를 타지 않는 5년 이상 장기계약 비중은 지난해 기준 87%에 달해 몸값을 굳이 내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외형을 줄이고 배당 재원을 확보한 뒤 천천히 매각을 추진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케이카)
 
케이카도 2022년 리캡을 통해 펀드 만기를 연장한 상태로, SK해운과 마찬가지로 당장 회수 압박이 큰 상황은 아니다. 다만 2022년 12월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자, 케이카가 장기매물로 분류되면서 최근 금융 자회사인 케이카캐피탈 분리매각에 착수했다. 한앤코는 주관사 없이 인수 후보군과 개별 접촉을 통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케이카캐피탈의 몸값은 20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순자산 규모가 1550억원에 달하고, 매년 실적이 증가하고 있어 프리미엄이 붙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한앤코는 2018년 SK엔카 직영사업부(현 케이카)를 약 2000억원에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크게 높여 이미 원금은 회수한 상황이다. 케이카캐피탈 매각시 투자금의 2배를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앞서 한앤코는 2021년 상장으로 구주매출을 통해 3066억원을 현금화했고, 배당으로 2020년부터 약 2000억원을 수령했다.
 
한앤코가 케이카캐피탈을 매물로 내놓은 이유는 NH농협금융지주를 포함한 국내 SI들이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고차 금융 사업은 2023년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 허용 이후 올해 점유율 제한마저 해제되면서 금융사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관련 업계에선 한앤코의 행보를 두고 장기매물이 늘었다기보다는 엑시트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금리 부담과 밸류에이션 눈높이 하락으로 대형 통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분 매각·사업부 분할·자회사 분리 등 다양한 출구 전략을 병행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높은 몸값으로 통매각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지만, 결국 원매자와의 눈높이가 맞지 않는다면 분리매각을 택하는 것이 가치를 인정받는 선에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면서도 “분리매각을 통해 기존 사업부나 계열사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도 충분히 숙고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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