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공급 대책, 타이밍이 아쉽다
2025-12-26 06:00:00 2025-12-26 06:00:00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의 후속 과제로 추진해온 추가 주택공급 대책 발표가 해를 넘어가게 됐다.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주택공급 대책은) 지자체장과 협의, 합의가 필요한데 아직 진행 중"이라고 밝혀 서울시 협의 과정에 진통을 겪고 있음을 내비쳤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주 국회에서 "연말 발표 시기를 늦출 생각"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주택공급이 중앙정부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 이 설명이 충분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은 정책의 사정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언제, 어디에, 얼마나 공급될지에 대한 신호만을 읽는다. 그리고 지금 시장이 받아들이는 신호는 명확하다. 공급 대책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과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시장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불안은 충분히 증폭된다. 실제 이재명정부는 출범 이후 대출 규제 강화,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공공 주도 공급 구상 등 여러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체감되는 것은 안정이 아니라 피로감이다. 서울 집값은 다시 오르고 있고, 전·월세도 불안하다. 
 
정부의 고민은 이해할 수 있다. 공급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 어렵고,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큰 그림 제시마저 미뤄질 수는 없다. 주택공급은 실제 물량보다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언제부터 공급이 늘어날지에 대한 방향만 분명해도 시장은 숨을 고른다. 문제는 그 방향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급 대책은 논의 중이고, 후보지는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금 거론되는 유휴부지나 신규 택지 상당수는 착공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 정권 임기 안에 체감할 수 있는 공급으로 이어질지조차 불확실하다. 
 
환경도 녹록지 않다. 통화량은 다시 늘고 있고, 확장 재정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까지 더해지며 시중 자금은 갈 곳을 찾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 신호가 약해지면, 주택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도심 공급의 핵심인 재개발·재건축 역시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영역이지만, 규제 완화와 인허가 단축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정책 방향이 분명하지 않으면 민간은 움직이지 않는다. 
 
공공의 역할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공공은 무주택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중장기 공급 기반을 책임지는 데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도심의 복잡한 정비사업까지 공공이 주도하겠다는 발상은 속도와 효율 모두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말만 무성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다 주택공급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의 우려가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는, 공급 부족이 이미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흘려보내면 집값 불안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상수가 된다.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의지가 아니라 타이밍이다. 지금 정부가 시험대에 오른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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