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생존의 한 해)①중견·중기 '관세·환율' 쇼크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관세 불확실성 장기간 지속
관세로 비용 증가…철강 포함된 보일러·농기계 속앓이
고환율로 비용 부담 급증…원가 반영 어려워
2025-12-29 17:54:30 2025-12-29 18:41:47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중견·중소기업에게 올 한 해는 유난히 버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관세와 고환율 등 대내외 악재가 동시에 몰아치면서 체력이 약한 기업들일수록 충격은 더욱 크게 나타났습니다. 성장은커녕 버티는 것만으로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상당수 기업들은 비용 부담과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 자체를 경영 목표로 삼아야 했던 한 해였습니다.
 
2025년은 중견·중소기업들에게 불확실성이 컸던 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통상 환경 변화, 환율 불안이 겹치며 기업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 공백이 장기화하며 기업인들은 신규 투자와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고 관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여기에 수장 부재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지연되면서 통상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장기간 이어졌습니다.
 
장기간 이어진 관세 불확실성…협상 후에도 관세 부담 여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 1월부터 관세 압박이 시작되면서 수출 중견·중소기업들은 불확실성에 시달렸습니다.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이뤄지기까지 기업들은 줄곧 관세 문제를 먼저 해결해줄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관세 숙제가 풀리지 않는 동안 기업들은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거래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샘플을 보내며 바이어 반응을 살피는 상황이 지속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주문 이후 재주문으로 이어지던 거래 관행이 위축되면서 수출 물량과 생산 계획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졌습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사업을 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아무것도 내다볼 수 없으면 계획과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관세가 적용된 이후 수출 중소기업들은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없던 관세가 적용되기 시작한 중소기업들이 많은데요. 철강 사용 비중이 높은 보일러 업계, 농기계 업계의 타격은 큽니다. 50%에 달하는 관세율이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국 생산기지를 보유한 업체들과 경쟁하는 경우 경쟁력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수입 위주 기업은 고환율로 비용 부담 급증…영업익 급감으로 이어져
 
수출하는 기업들이 관세로 고초를 겪었다면,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 급등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가운데는 원재료와 부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재가공한 뒤 납품하거나 판매하는 구조를 가진 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에게 고환율은 곧바로 원재료 구매 비용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환율이 오르면서 동일한 물량을 들여오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늘었지만 완제품 가격에 이를 즉각 반영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대기업과 장기 납품 계약을 맺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계약 조건이 고정돼 있어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 구조가 이어졌습니다. 환율 변동성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매출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 부담 증가로 영업이익이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환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평가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수출·수입 수행 중소기업 63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환변동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30.9%가 피해가 발생했다고 답변했습니다. 특히 수출과 수입을 병행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피해 체감이 더욱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출·수입 병행 중소기업의 경우 환율 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응답이 40.7%로, '이익이 발생했다'는 응답(13.9%)을 크게 상회했습니다.
 
환율 급등에 따른 피해 유형(복수응답)으로는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81.6%) △외화 결제 비용 증가(41.8%) △해상·항공 운임 상승(36.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원재료 비용 증가는 작년 대비 '6~10% 상승'했다는 응답이 37.3%로 가장 많았으며 △1~5% 상승(28.1%) △11~20% 상승(15.5%)이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55.0%는 환율 상승으로 증가한 원가를 판매가격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해 원가 부담이 기업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지=챗GPT)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대두…원가 반영 어려운 구조 지적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수출도 하지만 주로 부품과 자재를 수입해서 일부 가공을 거쳐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수입 물가 부담이 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돼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계약을 하는데 계약 조건을 달라지지 않고 환율 조건만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환 위험을 그대로 감당하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은 영업이익 축소를 견뎌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고환율이 장기화할수록 중소기업의 고충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실장은 장기적으로는 고환율이 여러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고환율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K자형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환 부담을 중소기업이 짊어지고 원가에 반영하는 못하는 구조가 이어진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본 것입니다. 대기업의 경우 수출 구조를 갖고 있어 고환율로 인한 기회도 잡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설명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현상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양극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김 실장은 경고했습니다. 
 
김 실장은 "환율이 안정화되지 않는 한 중소기업들의 고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지금은 환율이 나머지를 결정짓고 있다"고 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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