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김성은 기자] 민주당 원내대표·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친명(친이재명)계인 비당권파와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가 1승씩 나눠 가졌습니다. 의원들과 중앙위원들 표심은 친명계에, 권리당원 표심은 당권파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었는데요. 특히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은 선거 전 교통정리에도 불구하고 강득구 의원 단 1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습니다. 권리당원 표심이 결정적이었는데,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가 70%에 달하는 권리당원의 지지를 받아 승리한 것과 흐름이 비슷했습니다.
다만 의원들과 중앙위원들의 표심은 친명계로 향했습니다. 특히 당내 의원들의 표심이 80% 반영되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명계 인사로 분류되는 한병도 의원이 선출된 것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정청래 견제론'이 상당하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당장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민주당의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대립 구도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정 대표의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한병도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청래 견제'에 쏠린 '의심'
11일 진행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엔 무엇보다 정 대표에 대한 견제 심리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결선투표에서 정 대표와 가까운 백혜련 의원과 경쟁해 과반의 지지를 받은 것은 당내 의원들, 이른바 '의심'(의원들 표심)이 '정청래 견제'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원내대표는 당대표와 함께 '지도부 투톱'으로 인식되면서 당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요. 실제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는 당 내부에서 정 대표를 견제할 인물로 첫손에 꼽혔습니다. 앞서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정 대표의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 입법 속도전에 제동을 걸며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당 내부에선 한 원내대표에게도 같은 역할을 기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 원내대표의 출마 선언 기자회견 당시 친명 핵심 인사인 천준호 의원이 함께해 청와대의 의중이 한 원내대표에게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는데요. 정청래 대표 체제 이후 당정 엇박자가 잦아진 가운데 한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정책 조율과 소통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란 점이 의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 한 원내대표가 당내 의원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점도 득표력에 상당한 도움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공천 헌금 수수 의혹으로 벌어진 당 내홍을 안정적으로 수습하는 데 한 원내대표의 폭넓은 대인 관계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의원들 표심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여기에 직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의원들의 예산 배정에 관여한 것이 의원들의 표심을 잡는 데 유리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최고위 보선은 '당권파' 승리
최고위원 선거에선 중앙위원과 권리당원의 표심이 엇갈렸습니다. 중앙위원 표심을 보면 크게 2명의 친명계 후보의 득표율 합(강득구 34.28%+이건태 22.39%)은 56.67%였고, 당권파 후보의 득표율 합(문정복 26.78%+이성윤 16.54%)은 43.32%로, 친명계가 우위를 보였습니다. 반면 권리당원 표심을 보면, 당권파 후보의 득표율 합(이성윤 32.90%+문정복 21.12%) 54.02%였고, 친명계 후보의 득표율 합(강득구 27.20%+이건태 18.79%) 45.99%로, 당권파가 앞섰습니다.
권리당원 50%, 중앙위원 50%의 표심을 반영해 최고위원을 선출하는데, 당권파에 좀 더 권리당원 표심이 결집하면서 이성윤(최종 24.72%)·문정복(최종 23.95%) 의원 등 2명의 당권파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친명계는 최고위원 선거 전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사퇴로, 내부 교통정리까지 하면서 표 결집에 나섰지만 결국 패배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당시에도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심이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대의원 투표에선 박찬대 의원이 53.09%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정청래 대표(46.91%)에게 앞섰지만, 반대로 권리당원 투표에선 정 대표가 66.48%의 지지를 받으면서 박 의원(33.52%)에게 2배에 가까운 격차로 우위를 보였습니다. 압도적 권리당원의 지지세를 바탕으로 정 대표가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중앙위원이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광역단체장 등 500여명의 당의 핵심 간부 위주로 구성돼 당의 대의기구 역할을 한다면, 대의원은 중앙위원을 포함해 1만7000여명으로, 좀 더 참여 인사들이 많고 당의 굵직한 현안들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중앙위원과 대의원 모두 대체로 국회의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는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다만 김민석 국무총리의 최측근 인사인 강득구 의원이 최종 득표율 30.74%를 기록하면서 1위를 한 것은 김 총리의 잠재적 영향력이 드러난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김 총리의 경우, 오는 8월 민주당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정 대표와 김 총리의 맞대결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최고위에서 강득구 신임 최고위원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강득구(왼쪽부터), 이성윤, 문정복 민주당 신임 최고위원이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 보궐선거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선출된 뒤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 당권파 5 대 친명 4 '재편'
민주당 지도부는 정 대표와 함께 이언주·황명선·서삼석·박지원 최고위원 등 기존 인사에, 한병도 원내대표와 강득구·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 등 총 9명으로 새로 꾸려졌습니다. 이 중 당권파는 5명, 비당권파(친명계)는 4명으로 분류되는데요.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인적 구성이 팽팽히 맞선 셈입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체 9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과반(5명 이상)이 사퇴할 경우 당은 비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됩니다. 이번 원내대표·최고위원 선거가 당권파의 우세로 마무리되면서 정 대표로선 일단 안정적인 리더십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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