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일상화'…산업환경도 '예측 불가'
글로벌 산업 지형 '초불확실성' 늪
패권·공급망·탄소중립·지정학적 심화
관세 추가 소송전에 환급까지…불똥 튀나
에너지 패권 격화…공급망 위험 '상시화'
한국 공급망 위험 '잔존·누적', 탄소장벽도↑
2026-03-06 17:25:41 2026-03-06 17:25:41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21세기 글로벌 산업 지형이 과거와 달리 '초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져드는 모습입니다. 패권 경쟁의 격화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 탄소중립 전환,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의 급진적 발전,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심화되면서 다양한 변수들이 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충격이 아닌 '복합 위기의 상시화'라는 새로운 산업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현시대의 복합 위기는 개별 이슈로 보기보다 엉킨 실타래 속 패권 전략의 과정인 만큼, 예측 불가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과 경제안보·기술주권을 좌우할 전략적 진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6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절대강자 지위 전략 '예측 불허'
 
6일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술·에너지·안보가 엮인 '고차방정식'은 한국 산업에 새로운 생존 공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법적 충돌은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예측 불가능한 성격을 감안하면 글로벌 시장에 또 다른 강요가 요구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앞서 미 국제무역법원(CIT)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약 1300억달러(약 190조원) 규모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관세 환급 절차를 시작하라고 명령한 바 있습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펜 와튼 예산모형의 추산을 보면, 징수는 1300억달러이며 환급 규모는 최대 1750억달러(약 255조원)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미 24개 주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글로벌 관세' 정책이 무효라며 추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무역 질서는 예측 불가능 속에 놓인 셈입니다. 미·이란 간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글로벌 패권 전략의 일부라는 해석이 강합니다.
 
최근 뉴스토마토 <이광재의 끝내주는 경제>에 출연한 이대식 RIO 연구소 대표는 "미국·중국·러시아·인도·일본의 C5(Core 5) 체제에서 중국·러시아·인도의 협력 고리를 잘라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CC5 체제에서 중국을 고립하고 미국이 절대강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공급망 이미 '상시 위험 구조'
 
한국의 수입 공급망이 이미 '상시 위험 구조'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공급망 위험은 더 이상 일시적 충격이 아니다"며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술통제 이후 위험 수준은 이전 상태로 완전히 복귀하지 않고 잔존·누적되는 구조로 전환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공급망 위험을 측정하는 '조기경보체계(EWS)' 분석 결과, 지난 2025년 12월 기준 한국이 수입하는 약 9200개 품목 중 매달 약 20~25%에서 신규 위험 신호가 발생했습니다. 같은 시점 기준으로 신규 경보 진입 품목은 1745개(18.9%), 위험도 급등 품목은 2391개(25.9%), 고위험군 신규 편입 품목은 1630개(17.6%)에 달했습니다.
 
특히 중동발은 국제유가 변동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위험을 자극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입니다. 2025년 12월 국제 표준 상품 분류 중 HS10 기준을 보면, 전체 9300개 품목 가운데 중동·인근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은 41개입니다. 이는 전체의 0.44% 수준이나 상당수 품목이 특정 국가에 사실상 단일 공급 구조로 묶여 있어 집중형 공급망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대표적 원유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니켈 매트와 정련동은 튀르키예, 요오드는 이스라엘 의존 구조입니다. 해당 품목은 에너지·이차전지·반도체·정밀화학 등 전략 산업의 핵심 투입재로 공급 차질 발생 땐 산업 전반에 파급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 중동 관련 고위험 품목 41개 중 24개가 튀르키예에 쏠려 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이스라엘 4개, 사우디아라비아 3개 순입니다. 
 
 
지난 2월2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철강제품이 쌓여있다. (사진=뉴시스)
 
신 무역 장벽 '탄소 배출량 데이터'
 
탄소 배출량 데이터라는 새로운 무역 장벽도 지목합니다. 김은미 KIEP 전문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탄소 배출량 데이터'는 단순한 환경 지표를 넘어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결정짓는 새로운 형태의 무역 장벽으로 꼽힙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배터리 규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기업들은 제품 생산 과정의 직접 배출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Scope3·스코프3)에 걸친 정밀한 데이터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안게 됩니다. 탄소 배출량 관리에서 스코프3는 기업의 직접적 통제 범위를 벗어나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합니다.
 
국가별·제도별로 상이한 데이터 산정 방식과 공시 요구가 기업에 막대한 행정적 부담을 지우고 입증하지 못할 경우 시장 진입 자체가 막혀 '데이터 격차'가 발생한다고 경고합니다.
 
김 전문연구원은 "탄소 배출량은 다양한 부처에서 필요로 하는 데이터·부처별로 분산된 관리 체계로 데이터의 신뢰성 확보·국가 차원의 대응 방안 수립에 한계가 있다"며 "중소기업(250개)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집계하는 기업은 약 5%로 에너지(전력) 절약·관리에 필요한 ICT 인프라를 구축한 기업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개별 리스크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며 산업과 경제 전반을 흔드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며 "패권 경쟁, 에너지 안보, 첨단 기술, 공급망 재편, 탄소중립 전환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글로벌 산업 구조는 과거보다 훨씬 복잡"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민관 모두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안보·기술·에너지 전략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예측 불가에도 예측,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과 경제안보·기술주권을 좌우할 전략적 패러다임이 시급하다"고 덧붙었습니다. 
 
 
지난 2월2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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