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빗장 풀린다?…'낡은 규제' 대 '상생 보루' 딜레마
14년 이어온 법안 폐지 갈림길…안전장치 붕괴 가능성
2026-06-15 15:07:45 2026-06-15 15:13:53
[뉴스토마토 차철우·이혜지 기자] 14년째 유지돼 온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폐지 갈림길에 섰습니다. 유통업계는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유통 환경 변화에 맞춰 '낡은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반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측은 골목상권 보호와 '상생'이라는 안전장치가 무너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향후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입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규제 폐지를 둘러싼 제도 개선 논의가 정부와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과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의 영업 제한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업 제한 시간에는 매장을 활용한 새벽배송도 할 수 없습니다. 이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지역 유통 생태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앞서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행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대형마트엔 주말 영업을 제한하면서 새벽배송 플랫폼엔 아무런 규제가 없다"면서 "쿠팡과 마켓컬리는 365일 24시간 영업하고,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번 문을 닫는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어 "10년 전 시장 환경을 기준으로 만든 규제를 오늘의 소비 여건에 맞게 다시 점검해야 할 때"라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도입 당시 선의가 있었지만, 정책은 선의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을 완화하고 의무휴업 규제를 자율화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습니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대형마트의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과 심야영업 제한 및 의무휴업 규제 폐지를 담은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차원에서는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을 완화하고 의무휴업 규제를 자율화하는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했는데요. 업계는 쿠팡, 컬리 등 온라인 유통채널이 급성장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업체에만 적용되는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골목 상권 침체 우려
 
이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고물가·고금리와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까지 허용될 경우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더욱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대형마트 이용이 늘어날수록 주변 골목상권의 고객 유입이 줄어들어 빈 점포 증가와 상권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는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국회의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법안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냈는데요. 소상공인연합회는 "민생경제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시국에, 국회가 소비자 편익과 규제 완화라는 미명 하에 대기업의 민원 해결을 위해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헌법재판소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공휴일 의무휴업제도에 합헌 결정을 통해 이 제도의 공익적 가치와 경제민주적 취지를 명확히 인정한 바 있다"며 "자본력과 물류망을 독점한 대형마트에 24시간 심야 영업과 새벽배송 권한까지 쥐여주겠다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닌 자본에 의한 '무차별 학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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