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박희덕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한국 벤처투자 생태계와 관련해 1차 인터넷, 2차 디지털, 3차 인공지능(AI) 붐이 일었다고 진단하며 "AI 붐을 맞았으나 근본적인 구조 개선 없이 외형적인 성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범부처 통합 태스크포스(TF) 구성를 비롯해 투자 계약서의 글로벌 스탠다드화 등을 제안했습니다.
박희덕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뉴스토마토>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대전환, 취업에서 창업으로’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뉴스토마토> 주최로 열린 '창립 20주년 포럼'에서 '창업국가의 엔진, 벤처투자' 주제 아래 '벤처투자 생태계 강화를 위한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26년간 투자업계에 몸담아 온 박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로 상장 이후 성장 동력 상실을 꼽았습니다. 박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은 상장 이후에도 지속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코스닥 상장 전후로 성장이 멈추거나 퇴출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은행계 벤처캐피탈(VC)의 확대와 정부 중심 펀드의 경직된 구조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박 대표는 "현재 투자를 주도하는 곳은 시중은행 계열 VC들이지만 여전히 여신 중심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10년 뒤 미래 가치를 평가하기보다 창업 경진대회나 투자 심사 때마다 비즈니스 모델(BM)부터 묻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요구하는 관행이 혁신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설명입니다.
정부 정책자금 운용 방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그는 AI·반도체 등 특정 산업 투자 의무와 함께 위탁운용사(GP)를 혁신의 동반자가 아닌 사고 안 치는 자산관리사로 취급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최근 출범한 국민성장펀드는 글로벌 스탠다드 운용보수(2%)보다 낮은 1% 수준으로 설계됐으며, 2년 내 자금을 소진하지 못할 경우 잔액 기준 0.6%만 지급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박 대표는 "과거 정책금융공사 시절 계약 구조를 답습한 결과"라며 "이런 구조에서는 세콰이어나 엑셀 같은 글로벌 톱 티어 VC들이 한국 자금을 받으러 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투자 계약 관행도 문제로 꼽았습니다. 정부와 대기업, VC 등 다양한 투자 주체의 자금이 결합되는 과정에서 창업자에게 불리한 독소 조항이 계약서에 남게 된다는 것입니다. 박 대표는 "창업자가 회사가 실패하면 빚더미에 앉을 것이라는 공포를 느끼는 구조에서는 혁신적 도전이 나오기 어렵다"며 "재기 펀드 역시 실패 경험과 데이터를 자산으로 평가하기보다 형식적 지원에 머물러 후속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처 간 칸막이도 벤처 생태계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박 대표는 정부 부처에 투자 계약서 통합을 요구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중기부와 금융위 등의 이분법적 구조와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스타트업 생애주기에 맞춘 제도 개선이 막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표는 벤처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범부처 통합 태스크포스(TF) 구성 △투자 계약서의 글로벌 스탠다드화 △VC 역할 재정립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VC의 본질은 단순 자산운용사가 아닌 실행 파트너”라며 “VC를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 위원과 <뉴스토마토> 산하 K-정책금융연구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CJ인베스트먼트 기업투자본부장과 KT 벤처투자팀장, KTB 투자팀장을 역임했습니다.
‘대한민국 대전환, 취업에서 창업으로’ 포럼이 진행되는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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