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 기관들, 블랙스톤 ‘엑시트 총알받이’ 됐다
프론테라 메자닌 목적, 스폰서 배당으로 확인
배당 챙긴 후 코로나19 여파 EOD 발생
리파이낸싱도 어려워…투자자 원금 전액 손실
2026-06-25 16:04:13 2026-06-25 16:44:56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100% 손실이 발생한 1100억여원 규모 텍사스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메자닌 펀드 실제 자금 용도가 실소유주인 초대형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투자금 선 회수를 위한 배당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내 자본이 월가 거대 사모펀드의 무위험 엑시트 용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한국거래소, 교원라이프, 교원인베스트 등이 2019년에 투자했던 해당 메자닌 대출의 조달 목적은 발전소 자체 운영 자금이 아닌 스폰서 모회사에 대한 배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블랙스톤 측이 펀드 파산 전 이 대출금을 재원으로 자기자본을 회수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해당 펀드의 투자제안서를 확인한 결과, 블랙스톤이 프론테라 발전소에서 실행한 회수 방식은 자본재조정(배당리캡)입니다. 배당리캡이란 기업이 차입(대출)을 통해 조달한 현금을 주주에게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는 금융 기법입니다. 주로 사모펀드들이 기업가치를 올리기 전 투자 원금을 조기에 회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기업의 내재 가치를 높여 회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외부 차입을 통해 주주의 주머니를 먼저 채우는 식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당 펀드의 수익 예측 모델에는 발전소 수익성이 아무리 떨어져도 만기 때 빚을 새로 내서(리파이낸싱) 갚으면 된다는 가정이 포함돼 있었다”며 “스폰서가 배당으로 원금을 챙겨 나간 뒤 리파이낸싱도 어려운 리스크를 한국 투자자들이 떠안은 구조”라고 전했습니다.
 
 
 
더욱이 이 메자닌 펀드는 선순위 대주가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하고 담보(기초자산 지분)를 가져가 버리면, 후순위(메자닌) 대주의 담보물은 유일한 자산을 잃고 가치가 0원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심지어 대출 실행 전 선순위와 후순위 간의 권리를 조율하는 기본 장치인 '채권자 간 약정(Intercreditor Agreement)'조차 체결되지 않은 실질적 무담보 대출이었습니다.
 
문제는 블랙스톤이 원금을 뺀 후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펀드 기초자산인 발전소 수익성이 악화했고, 원금을 이미 회수한 블랙스톤은 추가 자금 수혈을 멈췄습니다. 결국 발전소는 EOD에 빠지며 파산했습니다.
 
그 결과 블랙스톤 배당에 돈을 댔던 한국 기관들은 껍데기가 된 발전소를 떠안은 채 2년6개월 만에 펀드 자금을 전액 상각(손실) 처리했습니다. 한국의 기관투자자들은 발전소의 성장이 아닌, 스폰서의 원금 보전을 위한 자금줄 역할을 했던 셈입니다.
 
이들 투자 기관은 각각 판매사(메리츠증권)와 운용사(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를 상대로 설명의무 위반 등에 의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으나, 법원은 이들이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에 해당해 엄격한 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1심에서 모두 원고 패소(기각) 판결을 내렸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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