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이분법적 대출 규제의 함정
2026-06-30 06:00:00 2026-06-30 06:00:00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데 이론의 여지는 없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고, 부동산으로 자금이 과도하게 쏠린 흐름도 개선해야 할 문제다. 최근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정책을 보면 부동산금융,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우리 경제의 모든 문제를 만들어낸 원인처럼 다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은행은 '손쉬운 이자장사'의 주체로 지목되고, 은행들이 주담대를 취급하니 생산성 저하의 장본인이라며 비난하는 식이다.
 
정책의 논리가 점점 주택 관련 자금은 '비생산적'이라는 방향으로 고정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은행이 가계대출 영업에 안주해 기업금융을 소홀히 했던 측면은 분명 존재한다. 생산적금융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책 목표에도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금융을 비생산적 금융으로 취급하는 것은 또 다른 오류다. 주택담보대출은 투기만을 위한 금융이 아니다. 생애 최초로 집을 마련하려는 청년, 전셋값 상승을 견디지 못해 매매를 선택하는 무주택자, 가족 구성원의 변화에 따라 더 넓은 집으로 옮기려는 1주택자에게도 대출은 필수적인 금융이다. 이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은 투자 수단이 아니라 주거 기반을 마련하는 사회적 인프라에 가깝다.
 
여기에 기업의 사내 주택자금 대출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대출 규제의 형평성을 의식한 문제의식은 일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사내대출마저 규제의 사각지대이자 차단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는 우려스럽다. 주거 안정을 위한 복지제도와 투기 목적의 자금까지 하나의 잣대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정책은 점점 더 정교함을 잃고 있다.
 
정책이 하나의 통로를 막을 때마다 새로운 규제가 뒤따르는 방식은 결국 규제의 범위만 넓힐 뿐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자금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이해관계자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먼저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은 시장을 잡으려고만 하는 뒷북 규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정책의 실현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을 지는 게 실수요자라는 점이 가장 걱정이다. 현금 여력이 충분한 사람은 규제 환경에서도 집을 살 수 있다. 다양한 금융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자산가 역시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대출 없이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평범한 직장인들은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투기를 막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자산 형성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금융정책은 의지의 과시가 아니라 균형의 예술이다. 생산적 금융을 확대해야 한다는 국정 과제도,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는 당국의 문제의식도 모두 틀리지 않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특정 수단을 문제의 근원으로 규정하는 순간 정책은 현실을 단순화하기 시작한다. 기업금융과 주거금융은 경쟁 관계가 아니며 이분법적으로 봐서는 안 될 문제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특정 집단이나 금융 수단을 '악'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자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면서도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는 지켜내는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정책의 효과는 규제 강도가 아니라 그 규제가 가져올 부작용까지 함께 고려하는 정교한 설계에서 나온다.
 
이종용 금융부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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