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 서비스와 처리 데이터의 위험 수준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달리하는 '위험비례 규율체계'를 도입합니다. 획일적 규제 대신 기업의 데이터 활용은 지원하되, 고위험 분야에는 더 높은 수준의 책임과 안전조치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 체계를 전면 개편합니다.
이상민 개인정보보호정책국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기본계획은 오는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적용되며 AI 시대 개인정보 규율체계 개편, 사전예방 중심 보호체계 구축, 범정부 거버넌스 강화, 국민 권리구제 확대 등을 골자로 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AI 등장 이전에 설계된 일률적인 규제를 원칙 중심의 유연한 체계로 바꾸는 것입니다. AI 서비스의 성격과 처리하는 데이터 유형,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 등을 고려해 고위험 분야에는 더 높은 수준의 책임과 안전조치를 요구합니다.
이상민 개인정보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까지는 개인정보 처리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모두에게 천편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한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위험도가 높은 분야에는 더 높은 책임과 안전조치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개별 기술을 사전에 일일이 규제하기보다는 고위험 분야가 갖춰야 할 보호 원칙을 제시하고, 그 원칙에 맞춰 사업자가 구체화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업의 데이터 활용을 지원하는 장치도 마련합니다. 안전조치를 전제로 AI 학습에 불가피한 개인정보 원본 활용을 허용하는 특례를 추진하고, 기업이 AI 전환 과정에서 겪는 개인정보 관련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AX 안심지원센터'를 운영합니다.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의사결정 책임과 정보주체 권리 보장 기준을 마련합니다. AI 프라이버시 리스크 관리 모델과 강화된 안전조치 기준도 제시할 예정입니다.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히는 대신 개인정보 유출 예방과 기업 책임은 강화합니다. 개인정보 보호 정책의 중심을 사고가 발생한 뒤 조사·제재하는 방식에서 사전에 취약점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전환합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처리하는 고위험 기업과 기관에 대한 상시 점검을 확대하고, AI 보안점검을 제도화합니다. ISMS-P 등 개인정보보호 인증과 평가 절차에도 AI 기술을 접목하기로 했습니다.
기업이 법정 의무를 넘어 개인정보보호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면 유출 과징금을 감면하는 인센티브도 확대합니다. 대표이사(CEO)와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관리의무 소홀에는 이행강제금을 도입하고 개인정보 불법 유통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를 신설합니다.
사고 이후 대응은 제재 중심에서 복구와 재발 방지 중심으로 바뀝니다. 이 국장은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제재만 하는 것보다 적극적인 기술 지원을 통해 서비스를 정상화하고 재발을 막는 것이 더 본질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전예방과 회복력 강화가 상충하는 기조 아니냐는 지적에는 "사고 전에는 투자를 활성화해 유출을 예방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이전의 정상화 단계로 빠르게 복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범정부 개인정보 규율체계도 개보위를 중심으로 정비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위치정보·신용정보 등 개별 법령 사이의 중복 규제를 줄이고, 금융·공정거래 등 다른 규제기관과의 법 적용 관계도 명확히 할 계획입니다.
개인정보 침해 피해자를 위한 원스톱 권리구제 체계도 구축합니다. 유출·침해 신고부터 조사와 분쟁조정, 손해배상까지 절차를 연계하고, 국민이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 현황을 확인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AI 기반 관리 플랫폼을 마련합니다.
위험도별 기준과 개별 과제의 시행 시점은 추후 구체화될 예정입니다. 이 국장은 "이번 기본계획은 향후 3년간의 방향과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며 "과제별 세부 내용과 일정은 연도별 시행계획을 통해 구체화해 제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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