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하이닉스(000660) ADR 상장 후 프리미엄이 형성되면 국내 본주에도 차익거래 수요가 유입돼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됐으나, 상장 초기 본주가 급락하며 두 시장 간 가격 차가 도리어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국내 본주의 ADR 전환이 사실상 막혀 있어, 기대했던 차익거래 자체가 작동하지 못하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15일 예탁결제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본주 가격은 ADR 상장 전인 10일 218만원(종가 기준)에서 14일 191만3000원으로 12.25% 하락했습니다. 최근 1주일 구간 수익률은 약 -15%이며, 1주일 내 고점(233만7000원) 대비 저점(167만8000원) 수익률은 –28.2%에 달합니다.
미국의 이란 전쟁 재개 등에 따른 증시 전반의 하방 압력으로 코스피 낙폭이 컸던 가운데, ADR 상장을 통한 재평가 기대를 모았던 SK하이닉스가 도리어 하락장을 주도한 형편입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도 동반 하락했지만 1주일 구간 수익률은 –7%, SK하이닉스보다 낙폭이 작았습니다. 반도체 주가 고점(피크아웃) 우려와 맞물려 SK하이닉스의 낙폭이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킨 양상입니다.
당초 ADR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해 본주와 가격차가 벌어진 만큼, 이후 본주에 대한 차익거래 수요가 유입돼야 했으나 현재 차익거래는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원인은 양 시장을 잇는 '상호전환' 통로가 물리적, 제도적으로 닫혀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 확인 결과, 실질적인 상호전환 신청은 이번 ADR 발행에 대응하는 국내 본주 신주가 상장되는 오는 7월29일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예탁원 측은 "SK하이닉스 원주와 ADR 간 상호전환 신청 가능일은 원주의 국내 상장 예정일인 7월29일 이후가 될 예정"이라며 "실질적인 상호전환 일정은 DR 예탁기관(씨티은행)의 지시에 따라 공지된다"고 밝혔습니다.
전환 방향에 따른 '비대칭적 한도 규제'도 따릅니다. ADR을 해지해 본주로 전환할 때는 한도의 제한이 없어 곧바로 계좌대체가 이뤄지지만, 본주를 ADR로 전환할 때는 제약이 따르는 것입니다. 예탁원은 “DR 전환 시 예탁결제원이 발행사가 정한 ADR의 발행 한도를 확인 후, 발행 한도 내에서 DR 예탁기관에 신청인의 DR 발행 세부내역을 통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DR 발행가능한도가 원주 기준 100만주이고, 현재 DR수량이 원주 기준 90만주일 때, 10만주 이내의 원주만 DR로 전환 가능합니다.
예탁원은 이어 “ADR에서 원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한도의 제한이 없으므로, DR 해지신청에 따라 원주로 전환되는 수량을 원주보관기관 계좌에서 해지 신청인의 국내 계좌로 계좌대체한다”며 “일반적으로, 발행 한도 초과 여부 이외에 추가적으로 적용되는 주요 제약조건은 없으나, 이는 DR 예탁기관 등의 제한 결정에 따라 종목별로 상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7월 말 이후 상호전환 통로가 열린다 해도 개인투자자는 여전히 소외되는 '기울어진 운동장'도 걸림돌입니다. 본주를 가진 개인투자자는 MTS나 HTS를 통해 본주를 ADR로 전환하는 것이 전자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ADR 전환은 예탁결제원 절차와 외국환거래 신고 등 복잡한 행정 절차가 필요해 사실상 기관투자자만 가능합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상장분과 미국 상장분 간에 가격 괴리가 있고 상장된 숫자도 정해져 있다"며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런 조건들이 맞아야 하다 보니 현재 (개인 대상 전환) 서비스는 안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신주가 상장되는 7월 말 이후에나 기관을 중심으로 본주 매수 후 ADR 전환이라는 차익거래가 일부 수월해지겠지만, 한도 제한과 전환 마찰로 인해 본주 대비 ADR 프리미엄이 상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본주와 ADR 간의 상호 교환이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 차익거래가 원활하지 않는 것 같다"며 "TSMC 사례처럼 전체적으로 미국 ADR이 상당 부분 프리미엄을 받으면서 갈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대만 TSMC는 전환 마찰로 인한 장기 프리미엄의 대표적 선례입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는 미국 ADS를 취소하고 대만 본주로 인출하는 것은 자유롭지만, 본주를 미국 ADS로 전환하는 과정에는 승인 총량과 규제상 제약이 따른다"며 "이러한 차익거래 제약 탓에 TSMC의 프리미엄은 2024년 이후 19.1%, 2026년 들어서도 평균 17.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15일 코스피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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