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우디 핵협정에…원전·조선업계 ‘예의주시’
사우디 원전 단독 수주 제한…협력 기회는 여전
핵잠 연료 확보 명분 ↑…한미 협상 탄력 가능성
2026-07-24 15:03:26 2026-07-24 15:03:26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간 원자력 협력의 법적 기반인 이른바 ‘123 협정’을 체결하면서 국내 원전·조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이 사우디 원전사업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서 한국형 원전의 독자 수출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조선업계는 이번 협정이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의 핵연료 확보 협상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은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와 회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와 사우디 에너지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각)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이 ‘123 협정’으로 불리는 평화적 원자력 협력 협정과 양자 안전조치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123 협정은 미 원자력법 제123조에 따라 미국이 다른 나라와 민간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해 체결하는 협정입니다.
 
미 정부는 이번 협정이 미국 기업의 사우디 원자력 프로그램 진출 기반을 넓히고, 산업과 노동자, 원전 공급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외신들은 미국이 사우디 원전 건설 계약을 따내는 데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국과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이 경쟁해온 사우디 신규 원전사업의 수주 구도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국내 원전업계로서는 아쉬운 대목입니다. 미국이 사우디 원전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한국형 원전의 독자 수출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실적과 가격 경쟁력, 공기 준수 능력을 앞세워 사우디 대형 원전 2기 수주를 추진해왔습니다.
 
다만 미 원전기업이 대형 원전의 설계부터 기자재 제작,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단독으로 수행하기는 어려운 만큼 국내 기업이 미국 주도 공급망에 참여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대형 원전을 자국 공급망만으로 모두 조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우디 원전사업이 미국 중심으로 추진되더라도 국내 기업들이 여러 분야에서 협력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협정이 핵추진 잠수함 사업의 핵연료 확보 협상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핵잠수함을 건조하려면 농축우라늄이 필수지만, 한국은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의 동의 없이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우디 협정이 민간 원자력 이용을 전제로 한 만큼 군사용인 핵추진 잠수함 연료 협상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열어준 선례는 한국이 농축우라늄 생산이나 핵추진 잠수함용 연료 공급을 요구할 명분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사우디에 농축 가능성을 열어준 만큼 우리도 핵물질 문제를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을 여지가 생겼다”며 “이를 계기로 핵추진 잠수함의 핵심 요건인 농축우라늄 연료 확보와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을 둘러싼 한미 협상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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