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미국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발표 시점이 오는 24일 전후로 다가오면서 국내 자동차업계 전반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현대차·기아 등 대형 완성차업체는 미국 현지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려 관세장벽에 대응할 채비를 마쳤지만, 현지화 여력이 없는 국내 중소·중견 부품 협력사들은 고율의 ‘이중 관세 폭탄’에 노출되며 존립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시적으로 부과해 온 무역법 122조 기반 글로벌 관세(10%)의 적용 시한이 오는 24일(현지시각)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국가별·품목별 표적 관세인 301조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응해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 관세를 즉각 부과했습니다.
이 조치는 최장 150일간 유지할 수 있어 시한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구조적 과잉생산’과 ‘강제노동’ 두 갈래로 301조 조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조사 대상에는 한국 등 16개국이 포함됐으며, 자동차·배터리·반도체·조선·로봇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업종이 대거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를 비롯한 현지생산 체제를 갖춰 관세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할 여력이 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하위 협력사들은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15%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여기에 301조 관세가 추가로 얹어질 경우 국내 부품업계가 이중으로 관세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미국 USTR에 232조 적용 품목에 301조 관세를 중복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대기업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공개적으로 이견을 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사안입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역시 별도 의견서를 통해 국내 자동차 산업이 지난 40여년간 미국 내 고용 창출에 기여해 온 점을 강조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5가 생산되는 모습. (사진=현대차)
통상 영업이익률이 2~3%대에 머무는 자동차 부품업계 구조를 감안하면, 두 자릿수대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경우 수출 자체가 적자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100대 상장 자동차 부품사의 영업이익률은 이미 3%대 후반까지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으며, 영업손실을 낸 부품사 수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됩니다. 2·3차 협력사에 해당하는 중소 부품사의 경우 수익성이 이보다 더 열악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부품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자동차 제조 생태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완성차업체와의 거래 관계상 협력사가 관세 부담을 이유로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관세 인상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부품사가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정부와 통상 당국 역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 관세 합의 이행 등 통상 현안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기존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15% 상한이 새 관세 체계에서도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제232조 조치 대상 품목에 제301조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은 미국 내 생산비용만 높일 뿐”이라며 “미국 현지 생산능력과 고용, 공급망 회복력을 전혀 증가시키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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