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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28일 18:1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시장에 투자 대기자금은 쌓이고 있지만, 기존 투자금을 회수할 출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 침체로 포트폴리오 기업의 매각이 지연되자 운용사(GP)들은 기업의 차입 여력을 활용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리캡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을 매각하지 않고도 출자자(LP)에게 현금을 돌려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그 대가로 포트폴리오 기업에는 늘어난 부채와 이자 부담이 남는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특히 차기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앞둔 GP들 사이에서는 장부상 수익률보다 실제 분배 실적을 보여주는 DPI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회수 시장의 돌파구로 떠오른 리캡의 확산 배경과 그 이면의 위험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바이아웃 PEF와 부동산펀드에서 주로 활용돼 온 리캡이 헤지펀드(일반 사모펀드)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경영권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전통적인 바이아웃뿐만 아니라 소수지분과 메자닌, 프리IPO 투자에서도 보유 지분을 담보로 원금을 먼저 회수하는 구조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인수·합병(M&A) 시장의 회복이 늦어지면서 투자자들은 최종 엑시트까지 기다리는 대신 중간에 현금을 돌려받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운용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프로젝트형 일반 사모펀드는 매각 지연이 곧 만기 연장과 재투자 차질로 연결된다.
나아가 DPI가 운용사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떠오르면서, 리캡은 투자 기간이 8~10년으로 길고 경영권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바이아웃 PEF의 장벽을 넘어 만기가 3~5년으로 짧은 헤지펀드(일반사모펀드) 시장으로도 활용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그래픽=AI제작·IB토마토)
경영권 없어도 원금 회수…소수지분·메자닌으로 확장
리캡은 통상 PEF가 경영권을 인수한 포트폴리오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포트폴리오 기업이나 인수목적회사(SPC)가 대출을 늘린 뒤 증액분을 주주에게 배당하면, PEF는 회사를 매각하지 않고도 투자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공식이 경영권 투자 밖으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투자자가 기업의 경영권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주가나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면 보유 지분과 메자닌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계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CVC캐피탈은 파마리서치 투자 이후 약 1년 만에 대규모 리캡을 단행하면서 투자금을 조기 회수했다. 2024년 파마리서치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약 2000억원에 인수해 지분 10.1%를 확보한 뒤, 약 1년 만에 1900억원 규모 리캡으로 투자원금 대부분을 회수했다. 원금의 대부분을 회수하는 구조로, 경영권 바이아웃이 아닌 소수지분 투자에서도 리캡이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대한조선 770억원 전액 회수…일반사모 리캡 첫 사례
과거 헤지펀드로 불리던 운용사들이 단순한 주식·채권 매매를 넘어 프리IPO와 구조화금융 투자로 영역을 넓히면서 리캡을 추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 사례는 안다H자산운용의
대한조선(439260) 투자다. 안다H자산운용은 2024년 10월 ‘AH프로젝트일반사모투자신탁 제10호’를 설정해 대한조선 최대주주 KHI가 발행한 교환사채(EB)에 125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EB를 보통주로 교환해 상장 전 대한조선 지분 약 31%를 확보했고, 2025년 8월 대한조선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지분율은 24.89%가 됐다.
안다H자산운용은 대한조선 상장 직후인 2025년 10월 보유 지분을 활용해 리캡을 단행했다. 대한조선 투자금 1250억원 가운데 기존 인수금융을 제외한 펀드 투자원본 770억원을 전액 회수했다. NH투자증권이 거래를 주관했고 조달금리는 연 5.3% 수준이었다. 회수한 자금은 펀드 투자자에게 즉시 분배됐다.
기존 투자자들은 대한조선 지분이 최종 매각되기 전에 출자원금을 모두 돌려받았다. DPI는 투자원금 회수 기준으로 1배에 도달했지만, 펀드에는 대한조선 지분 24.89%가 그대로 남았다. 이후 블록딜이나 경영권 거래를 통해 지분을 매각하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안다H자산운용이 보유한 대한조선 주식에는 리캡 대출과 관련한 근질권이 설정돼 있다. 근질권 기한은 최근 2026년 7월에서 2027년 10월로 연장됐다. 원금 분배를 먼저 마친 만큼 만기에 쫓겨 지분을 매각하기보다 주가와 시장 상황을 살펴 최종 엑시트 시점을 선택할 여유를 확보한 것이다.
짧은 회수 시계가 만든 리캡 수요…프리IPO·프로젝트펀드로 확산
일반 사모펀드에서 리캡 수요가 커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회수 시계다. 기관전용 블라인드 PEF는 통상 10년 안팎의 장기 운용을 전제로 하지만, 특정 기업이나 자산에 투자하는 프로젝트펀드는 4~5년 정도로 만기를 설정하는 사례가 많다. 만기가 가까워지면 투자자 동의를 받아 연장하거나 보유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주가나 기업가치가 상승했더라도 보호예수와 거래 물량, 매각 상대방 문제로 지분을 한꺼번에 팔기 어려울 수 있다. 이때 리캡을 통해 원금을 먼저 분배하면 운용사는 펀드 만기와 투자자의 회수 요구에서 한숨을 돌리고, 잔여 지분은 적정 가격을 받을 때까지 보유할 수 있다. 대한조선 사례처럼 최종 엑시트 전에 DPI를 확보하고 남은 지분가치를 추가 수익으로 남기는 방식이다.
다만 리캡이 모든 일반 사모펀드로 확산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유 지분의 시장가치가 충분하고 담보 처분이 가능해야 금융회사가 대출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 변동성이 높거나 비상장 지분의 가치가 불확실하면 담보인정비율이 낮아지고, 주가 급락 시 추가 담보나 조기 상환 요구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엔 지분 50% 이상을 쥔 대주주가 기업에 빚을 내게 해 배당을 타가는 바이아웃 리캡이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경영권이 없더라도 보유한 소수지분 등을 담보로 근질권을 설정해 대출을 받아 원금을 먼저 건지는 공식도 생겨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LP들은 평가이익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보다 실제로 얼마를 돌려받았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어 프로젝트펀드도 원금 분배 시점을 앞당길 필요성이 커졌다"며 "다만 리캡은 새로운 수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매각대금을 현재로 당겨 받는 구조인 만큼 주가가 하락하면 추가 담보 제공이나 조기 상환 부담이 펀드에 되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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