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녹색철강 청구서)③비싼 저탄소 철강 누가 사나…공공조달 역할론
저탄소 철강 구매에 소극적인 전방산업
일본 등 녹색공공조달 품목 포함 시켜
저탄소 철강 표준화 등 선결 과제 필요
2026-08-18 06:20:00 2026-08-18 06:2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12일 18:0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이 빨라지고 있지만 정작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는 뚜렷하지 않다. 전환 과정의 중간 단계인 전기로는 철스크랩 확보 경쟁과 높은 전기요금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저탄소 철강의 가격 경쟁력도 아직 기존 고로 생산 방식에 미치지 못한다. 철강업계가 늘어난 원가를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에 충분히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수요업계 역시 저탄소 철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추가 비용 부담에는 소극적이다. 탈탄소 규제는 빨라지는 반면 비용 분담 논의는 더디다. 이에 <IB토마토>는 탈탄소 비용을 공급망 전체의 과제로 보고 합리적인 비용 분담 방안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빈약한 저탄소 철강 시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공공 부문이 저탄소 철강을 우선 구매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원가 부담 등을 이유로 저탄소 프리미엄 지불에 소극적인 민간을 대신해 초기 시장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공공 수요를 통한 시장 형성은 해외 선례를 통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한국철강협회)
 
부진한 민간 수요…공공 수요 등판 필요성 제기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전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인 철강 생산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프리미엄을 얹은 저탄소 철강 수요는 공급 대비 적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철강 전방산업 역시 원가 경쟁력 강화에 맞불을 놓은 결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종 소비자가 저탄소 철강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도 막대한 추가 프리미엄을 지불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꼽힌다. 이에 탄소 규제도가 높은 지역과 저탄소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산업군에서 선별적인 수요 성장이 예상된다.
 
순수 제조원가만 놓고 보면 전기로의 우위를 단정하기 어렵다. 현재 1톤당 100달러 수준인 유럽 탄소 가격을 적용하면 기존 고로 생산 비용 대비 전기로가 가격적 이점이 있다는 평가다. 다만, 향후 탄소가격 상승분 등을 포함한 총비용 기준에서는 고로보다 유리해질 수 있다. 전력요금과 원료 가격, 전력의 탄소집약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은 변수다.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가운데 공공 부문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민간 시장이 저탄소 철강을 찾아 오는 때를 기다리지 않고, 공공 부문이 우선 수요를 창출해 전기로 등 저탄소 투자비 회수 가능성을 높이고, 시장을 안착시키자는 취지다.
 
철강업계 내에서는 원가가 높은 전기로에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프리미엄 확보 등 생산 확대 동기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동을 멈추지 않는 고로와 달리 전기로는 비교적 가동이 유연하다. 시장 형성이 어려울 경우 생산량을 조정할 수 있다. 수요뿐 아니라 공급도 지체되며 시장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는 셈이다.
 
 
해외 사례 통해 공공 수요 효용성 입증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K-스틸법)은 공공 부문의 저탄소 철강 우선 구매 근거를 마련했다. 철강업체의 저탄소 철강 생산 확대를 독려하고, 일정 수준 파이를 키운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초기 단계 시장에서 공공 수요의 역할은 크다. 업계에 따르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가운데 철강재가 차지하는 비중을 10~15%로 추정된다. 올해 우리 SOC 예산은 27조 7000억원으로 약 2조 8000억~4조 2000억원이 철강 수요와 연계된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보다 앞서 저탄소 철강 시장을 형성한 일본의 사례에서 공공 수요의 역할을 가늠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철강제품의 탄소 배출량이 높다는 이유로 녹색공공조달 품목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철강을 포함시켰다. 이에 현재 진행 중인 일본 내 수도관 등 인프라 사업은 저탄소 철강으로 충당될 예정이다.
 
다만, 공공수요 확산에 앞서 정비해야 할 과제도 있다. 공공기관이 어떤 저탄소 철강제품을 우선 구매할지 판단하려면 저탄소 철강의 정의와 탄소 배출량 산정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현재 유관부처를 중심으로 표준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철스크랩(고철) 사용 비율에 따른 철강 등급제 등이 표준화 방식 중 하나로 꼽히며, 현재 해외 등에서는 탄소 감축 실적을 생산량에 할당하는 방식을 시행 중이다.
 
저탄소 철강에 대한 공공 수요 필요성은 업계 전반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저탄소 철강에 대한 투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공공 부문의 수요 창출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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