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빗썸, 상장 앞두고 '회계 갈아타기'…기업가치도 달라진다
K-IFRS 전환…가상자산 분류·평가손익 따라 순이익 변동
국내 첫 거래소 IPO…회계기준 공백 속 심사도 시험대
2026-08-18 07:00:00 2026-08-18 07:0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12일 19:1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빗썸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최초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K-IFRS 전환이 기업가치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자산을 별도로 다루는 회계기준이 없는 탓에 보유 목적과 성격에 따라 분류·평가 방식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순이익과 자본 규모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빗썸의 회계정책 선택은 상장 밸류에이션뿐 아니라 향후 가상자산 사업자의 회계처리와 IPO 심사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전용 기준 없는 가상자산 회계…기존 IFRS로 '해석'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오는 2028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제도권 금융 수준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내년 상장 예비심사 청구 및 심사 진행을 위해 빗썸에셋 분할 등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고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상장 절차를 이행한다는 설명이다. 만일 IPO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사의 첫 사례가 된다.
 
비상장사인 빗썸이 상장하기 위해선 기존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에서 글로벌 표준인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K-IFRS에 가상자산만을 별도로 다루는 독립된 회계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가상자산 보유 목적과 성격에 따라 기존 기준서를 적용해야 하는 만큼 분류와 측정 과정에서 회계적 판단이 필요하다. 현재 가상자산은 일반 기업에도 적용되는 기존 IFRS 기준을 가상자산 보유 목적이나 성격에 맞춰 유동적으로 해석·적용하고 있다.
 
K-IFRS를 적용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지난 2024년에 보완한 가상자산 회계감독지침을 따르고 있다. 다만 해당 지침은 새로운 회계기준이 아닌 일종의 유권해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업에 합리적인 사정이 있으면 다른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K-IFRS는 가상자산의 취득 목적, 금융상품 해당 여부에 따라 재고자산, 무형자산 또는 금융상품으로 분류해야 한다. 보통은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공정가치로 평가하고 있고, 거래 목적으로 보유한 경우에는 재고자산으로 분류하는 게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은 거래소의 통제권 여부를 별도로 판단해 자산·부채 인식 여부를 결정한다.
 
또, 고객 위탁 가상자산은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고려해, 통제권이 사업자에게 있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가상자산과 고객에 대한 채무를 자산과 부채로 각각 계상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기준은 같은 가상자산을 보유해도 거래소 간 분류와 측정 기준, 평가손익의 반영 방식이 다르면 순이익·자산·자본 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고객 위탁 자산에 대한 통제권에 따른 분류 역시 전용 기준이 없기에 기업별 판단과 회계정책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남는다.
 
K-IFRS 전환에 따른 기업가치 변동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두나무(업비트)를 제외하고 모두 K-GAAP를 적용하고 있다. GAAP를 따르고 있는 빗썸은 보유 가상자산을 '당좌자산'으로 분류하고 평가손익을 손익계산서상의 '영업외손익'으로 인식하여 분기순이익에 직접 반영하고 있다.
 
반면, K-IFRS를 적용하고 있는 업비트는 가상자산 감독지침에 따라 보유 가상자산을 기본적으로 '무형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만일 평가이익이 발생하면 기타포괄손익의 재평가잉여금으로 인식해 총포괄손익에 반영하고,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당기순이익에 넣는다. 두 기준 모두 가상자산의 가치 변동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지만 평가손익을 인식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빗썸이 당기손익에 반영한 가상자산 평가손실 약 190억원이 당기손익에서 제외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당기순이익은 780억원에서 약 970억원으로 24%가량 늘어난다. IPO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 방식이 활용될 경우 순이익은 기업가치 산정의 주요 지표가 되는 만큼, K-IFRS 전환 과정에서 가상자산 가치 변동을 재무제표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느냐가 상장 밸류에이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K-IFRS 전환 이후 실제 손익 영향은 가상자산의 분류와 후속 측정 방식, 기존 재평가잉여금 여부 등 빗썸이 채택하는 회계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 회계 전문 연구원은 <IB토마토>에 "국내에서 상장하는 거래소들은 두나무가 적용하는 회계기준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두나무는 사업보고서에 가상자산의 보유 목적이나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주석으로 상세하게 명시하고 있어서 상장사는 아니지만 대표적인 공시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빗썸 측은 <IB토마토>에 "가상자산 업계에만 적용되는 별도의 회계기준은 없으나, 적용을 하게 된다면 현 K-IFRS 기준에 맞춰 재정비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첫 거래소 IPO…상장심사도 선례 만든다
 
일각에선 국내 거래소 IPO가 현실화되는 만큼 가상자산을 위한 별도 회계기준 제정이나 적용 지침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현재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K-IFRS 회계 공백을 감독지침으로 보완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의 경우 가상자산만 다루는 회계기준을 명문화하며 혼동을 줄이고 있다. 예로, 미국은 지난 2023년 암호자산에 대해 공정가치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을 당기손익에 반영하도록 하는 ASU 2023-08 기준을 신설했다. 적용 범위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보편화된 코인에 한정된다.
 
다만 국제적으론 가상자산에 대한 논의가 아직 전반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우리나라처럼 선행 회계기준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도 가상자산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의가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연구 프로젝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 회계사는 <IB토마토>에 "가상자산은 형태만 코인이지 성격에 따라 회계처리가 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가상자산의 기초 거래 자체에 대한 법률이나 제도가 확립되지 않다 보니 회계기준 적용에 있어서도 혼란이 생기고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성격 정의를 명확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회계기준 공백 속에 국내 첫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심사를 치러야 하는 한국거래소에도 부담이 커졌다. 국내 상장사 중엔 마땅한 비교 기업이 없을뿐더러,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회계처리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빗썸의 상장이 거래소 한 곳의 IPO를 넘어 국내 회계체계가 가상자산 산업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시험하는 첫 사례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오는 이유다.
 
한국거래소 측은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심사 과정에 대한 <IB토마토>의 질의에 "현재는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라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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