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강제징집과 프락치 강요 공작의 상처를 다룬 김창현 작가의 장편소설 '프락치(총 2권)'가 18일 출간됐습니다.
토마토그룹 토마토책방에 따르면 프락치는 실제 대학 재학 중 강제징집을 당하고 이후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김 작가가 겪은 국가폭력과 인권유린,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과정을 소설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당시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프락치 활동과 그로 인해 갈라진 사람들의 관계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았습니다.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 사건'은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기인 1970~1980년대에 벌어졌습니다. 민주화를 요구하며 학생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을 강제로 군에 입대 시킨 뒤 고문과 협박, 회유를 통해 전향시키고 정보원으로 활용한 사건입니다.
또한 전두환 정권에서 자행된 녹화사업은 학생운동에 참여한 이들을 강제로 입영시켜 보안사에 감금하고 고문과 회유를 통해 프락치로 활용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공식 확인된 강제징집 인원은 2921명이며 이 가운데 2388명이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는 공작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혹 행위와 정신적 압박, 죄책감 등으로 의문사한 청년도 최소 9명으로 확인됐습니다.
소설은 '역사철학회'라는 동아리에서 만난 80학번 동기 성욱과 순오, 두영, 용만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함께 토론하고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던 청년들이 군부의 탄압 속에서 강제징집과 녹화사업에 휘말리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강제징집된 두영은 보안부대로 끌려가 고문과 협박을 받으면서 동료를 배신하도록 강요받지만 끝까지 거부하다 죽음을 맞습니다. 순오 역시 같은 과정을 겪지만 두영과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군 복무 중 아버지와 두영의 죽음을 차례로 접한 성욱은 프락치 활동에 협조하는 척하며 제대한 뒤 노동운동에 뛰어듭니다. 이후 이들은 치열한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다시 만나지만 과거 함께 꿈꿨던 세상의 모습은 서로 달라져 있습니다.
작품은 강제징집과 프락치 공작의 피해를 과거의 사건에만 머물게 하지 않습니다. 국가폭력이 개인의 삶과 인간관계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그 상처를 안은 사람들이 이후 노동운동과 야학운동, 여성운동과 마을운동 등의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따라갑니다. 노동운동 내부의 정파 간 이론 투쟁과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활동 역시 작품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김 작가는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은 사람 역시 국가폭력의 또 다른 희생자일 수 있다는 시선을 드러냅니다. 김 작가는 "광범위하게 진행된 프락치 공작은 우리 내부를 갈라놓았고 수많은 희생자를 남겼다"고 이야기합니다. 동시에 당시 경험을 발판으로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아 다른 사람의 존엄을 훼손하는 삶을 이어가는 이들에게는 비판적인 시선을 보냅니다.
프락치가 집중하는 또 다른 지점은 상처 이후의 삶입니다. 작품은 죽은 두영의 삶에 부채감을 가진 순오와 마을운동에 뛰어든 그의 아내, 노동운동과 야학운동을 병행하는 용만, 대학 시절부터 주체적인 여성을 주장하며 여성운동가의 길을 걷는 소정 등을 통해 국가폭력 이후에도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립니다.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저항과 성찰입니다. 소설 속 인물은 혁명가를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영웅이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과 비겁함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부끄러웠던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으로 바라봅니다. 두렵고 힘들더라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삶의 의미를 묻습니다.
김 작가는 고려대학교 재학 중 강제징집을 당했으며 이후 노동운동 과정에서 수감생활을 했습니다. 이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 과정에서 공부하고 수년에 걸쳐 작품을 집필했습니다. 에세이 '멈출 수 없는 길을 가는 나는야 386세대', '아름다운 선택', '달리는 인생' 등을 펴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프락치는 1권 388쪽, 2권 408쪽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권 가격은 1만8000원입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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