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노조-한화, 인수설 둘러싸고 논쟁 ‘심화’
KAI 노조 “경쟁 제한·공공성 훼손”
한화 “대형화로 경쟁력 강화해야”
2026-08-20 16:12:10 2026-08-20 16:12:10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 가능성을 둘러싸고 한화 측과 KAI 노동조합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AI 노조가 독과점과 공급망 장악, 공공성 훼손 등의 우려를 제기한 데 대해 한화 측이 반박 입장을 내놓자, 노조가 다시 재반박에 나선 것입니다.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 본사 전경.(사진=KAI)
 
KAI 노조는 20일 ‘한화 측 주장에 대한 재반박 자료’를 통해 “한화 측이 제기한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와 항공우주·방위산업의 특성을 바탕으로 노동조합의 재반박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해외 주요 방산기업의 정부 관리 여부를 두고 양측이 맞섰습니다. 한화 측은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보잉, 노스럽그루먼 등이 모두 상장 민간기업이라며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거나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노조는 이에 기업의 ‘소유’와 국가의 ‘통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했습니다. 록히드마틴과 보잉 역시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수출통제, 안보심사 등 미 정부의 강한 규제를 받고 있으며, 중국 AVIC와 이스라엘 IAI, 튀르키예 TA 등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방산기업도 존재한다는 설명입니다.
 
한화의 KAI 경영 참여에 따른 이해상충 우려를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한화 측은 KF-21 엔진의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AI가 아닌 방위사업청과 직접 계약하고 있으며, 방산 원가 역시 정부의 원가계산 규정에 따라 산정돼 대주주가 계열사에 임의로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는 계약 주체나 원가 관리만으로 이해상충 가능성을 해소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한화가 KAI와 직접 계약하는 항공전자 분야 장비도 다수 존재하며, 핵심은 경영진이 어떤 부품을 채택하고 어느 협력사와 협상할지를 결정하는 권한이라는 주장입니다. 수직계열화 이후 계열사 제품이 우선 채택될 경우 경쟁업체의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KAI의 공공성을 두고 한화 측은 방위사업법에 따른 정부의 발주와 승인, 원가검증 체계가 유지되는 만큼 최대주주 변경과 공공성은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노조는 최대주주가 바뀌면 경영진 인사와 예산 배분, 사업 우선순위 등 실질적인 의사결정 방향 역시 달라질 수 있다고 재반박했습니다.
 
독과점 우려에 대해서도 한화 측은 KAI와 한화의 결합이 같은 시장의 경쟁기업 간 수평결합이 아닌 기체와 엔진·레이더 등을 연결하는 수직결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로템과 LIGD&A, HD현대중공업 등 다른 방산기업도 존재하는 만큼 한화가 국내 방산시장 전체를 장악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노조는 수직결합 역시 경쟁 부품업체를 배제하는 ‘봉쇄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국내 항공우주산업은 KAI가 사실상 항공기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고 다른 업체들이 장비를 공급하는 구조인 만큼, KAI가 특정 그룹에 편입되면 경쟁 협력업체의 참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고용과 사업 재편 가능성을 놓고 한화 측은 삼성테크윈과 두산DST, 대우조선해양 등을 인수한 뒤 5년 이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 사례가 없고 고용도 늘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노조는 한화가 과거 인수합병(M&A) 이후 경영 효율화와 사업 시너지를 이유로 사업 재편을 지속해왔다며 KAI에서도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 정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글로벌 방산업계의 대형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드러냈습니다. 한화 측은 미국과 유럽의 방산기업들이 대형화를 거친 만큼 KAI 역시 한화와 결합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는 방산업계 대형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한화가 반드시 그 주체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재반박했습니다. 최근 K방산의 성장이 각 업체의 전문화와 기술 축적을 기반으로 이뤄진 만큼 한화의 KAI 인수를 대형화의 유일한 해법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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