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임금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노조가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조정마저 불발되면 노조는 추석 연휴 귀성길 직전 합법적인 파업권을 쥐게 됩니다. 여기에 최대 1조원대에 달하는 통상임금 소송과 매일 억대의 지연이자까지 겹치면서 서울 버스업계는 미증유의 이중고에 빠졌습니다.
8월3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이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노사 임금협상이 지난 28일 9차 교섭에서 최종 결렬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조정은 파업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마지막 절차입니다. 시내버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정기노선 여객운수사업으로 공익사업에 해당하므로 15일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이 기간 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조합원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조정 기한은 9월15일 밤 12시까지입니다. 노조는 추석 연휴 직전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버스들이 운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전면파업을 할지 부분파업을 할지, 준법 운행을 할지 의견수렴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도 "전면파업도 가능성이 있는 선택지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서울 시내버스는 지하철과 달리 필수공익사업장이 아닙니다. 파업을 할 경우 최소 운행 유지를 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면 시내버스 운행이 완전히 멈춰 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올해 1월13~14일에도 이틀간 전면파업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당시 노사는 임금 2.9% 인상으로 갈등을 일단 봉합하고, 통상임금 문제는 대법원 판결 이후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8개월 만에 통상임금 매듭이 다시 터지면서 교섭 파국으로까지 이어진 겁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근본 원인은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입니다. 지난 4월30일 대법원은 서울 시내버스 업체 동아운수 소속 기사 9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회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확정 판결했습니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 계산의 기준이 되는 임금으로, 여기에 상여금이 포함되면 수당도 함께 올라갑니다. 대법원은 월 통상임금을 시간급으로 나눌 때 적용하는 산정 기준 시간도 노조가 주장해 온 '월 176시간'을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서울 시내버스 64개사 노동자 1만7000여명이 서울중앙·동부·남부·북부·서부지법과 수원지법 성남·안산지원 등 7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업계 추산 부담액은 소급 기간과 산정 기준 시간에 따라 최소 5266억원에서 최대 1조216억원에 이릅니다. 최대 추산치는 서울시가 한 해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지원하는 재정지원금 규모를 웃돕니다.
노조는 사 측이 판결이 나올 때마다 지급 약속을 미뤄왔다고 주장합니다. 2024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지만, 사 측은 버스업계 사건이 아니라며 이행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어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가 노조가 낸 진정에 대해 시정 지시를 내렸지만, 사 측은 행정해석에 불과하다며 거부했고, 지난해 10월에도 서울고법이 동아운수 노조의 손을 들어줬지만, 사 측은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봐야 한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해 왔습니다. 올해 1월 파업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이행한다"는 전제로 봉합됐는데, 지난 4월 동아운수 노조 소송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도 사 측은 버스 노동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판결을 지켜보자며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 설명입니다.
유 국장은 "통상임금은 새롭게 얻어내는 게 아니라 회사가 안 준 돈을 줘야 한다고 법원이 확인한 것"이라며 "임금 인상은 제로 베이스에서 더 달라는 것이고, 체불임금은 못 받은 돈을 언제 어떻게 받을지의 문제라 협상 대상 자체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버스 노동자들의 통상임금 소송 첫 판결은 서울 서부지법에서 진행 중인 소송(11개사 1977명·청구액 788억원)이 될 예정이었지만, 서부법원은 선고 예정일 이틀 전인 지난 25일 변론을 다시 열기로 결정하면서 오는 10월 22일 추가 변론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쟁점은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과 소급 인정 범위입니다.
판결이 미뤄지는 동안에도 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다. 노조 추산으로 미지급 임금에 하루 약 1억4000만원씩 지연이자가 쌓이는 구조입니다. 회사들은 "패소하면 준공영제 구조상 서울시가 물어야 할 돈"이라며 법원을 통해 서울시에 소송 사실을 알리는 소송고지를 했고, 한 회사는 판결금 마련을 위해 버스 50대 감차를 신청했습니다. 감차가 현실화되면 심야·외곽 노선 배차 간격이 벌어지는 등 시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작 서울시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사 간 협상이 물밑에서 이뤄지던 측면이 많다 보니 공식화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며 "서울시가 어떤 메시지를 내면 노조에서 그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파업이 가장 커다란 이슈이자 현안이고 매년 그걸 잘 막는 게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막기 위해 어떻게 하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같은 시기 파업 직전까지 갔던 다른 지역은 서울과 달리 노사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부산은 시급 5.0%, 인천은 4.5%, 울산은 5% 인상에 각각 합의하고 지난 28일 예고했던 파업을 철회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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