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뉴타운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박선영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크게 줄면서 수천 가구 규모의 대단지에서도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셋집이 손에 꼽힐 정도로 귀해졌습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부터 빠르게 계약되고 있는 데다,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친 지역에서는 새로 나오는 전세 매물마저 즉시 소진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2일 서울 도봉구 창동주공3단지(전체 2856가구)에서 전세금 5억~6억원, 3개월 이내 입주 조건으로 전세 매물을 확인한 결과, 현지 중개업소에 등록된 물건은 단 3건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단순 계산으로 약 952가구당 전세 매물이 1건에 그치는 셈입니다.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전세로 나온 게 3개밖에 없다"며 "전월세 물건이 많지 않고 하나도 없는 단지도 많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인근 지역으로 범위를 넓혀도 선택지는 마땅치 않았습니다. 창동역 주변에서 20평대 후반~30평대 전세를 문의하자 현지 중개업소가 제시한 순수 전세는 5억5000만원짜리 1건과 6억2000만원짜리 2건 정도였습니다. 추가 매물을 요청하자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50만원인 반전세 물건이 대안으로 나왔습니다. 현지 중개사는 "요즘 들어 전세 매물이 완전히 씨가 말랐다"고 말했습니다.
노원구 월계동은 기존의 매물 부족 현상에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더해졌습니다. 현지 중개업계에서는 월계동신아파트 이주 수요가 주변으로 유입되면서 매물이 나오는 대로 빠르게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월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동신아파트 이주로 많은 이들이 매물을 찾고 있어 물건이 나오는 족족 금방 빠진다"며 "현재 이 동네에서 전세를 구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월계주공 단지 내에서 확인된 전세는 20평형 1건 정도였으며, 30평대는 소개할 수 있는 매물이 전혀 없었습니다. 인근 롯데아파트 역시 전세 매물을 찾지 못했습니다. 성공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일대 전체적으로 전세 매물이 없다"며 "월계동 전체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월계동 중개업소에서도 20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에 전세 매물이 두세 건에 불과하다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매물이 나오면 실물을 확인한 뒤 즉시 계약을 서두르거나, 거주 기간이 1년으로 제한된 전세 조건까지 받아들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강북구 미아동 역시 대단지 전세 매물이 손에 꼽히는 수준입니다. 미아뉴타운 인근 중개업계에 따르면 1300~1400가구 규모의 주요 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은 1~2건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 단지에 4~5건만 나와도 현지에서는 매물이 풍부한 편으로 받아들일 정도입니다.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7억1178만원…호가도 고공행진
가격이 저렴한 매물부터 먼저 소진되면서 세입자가 접하는 호가도 자연스럽게 높아졌습니다. 미아뉴타운의 한 대단지에서는 약 2주 전 30평대 6억8000만원짜리 전세 매물이 소진된 후, 현재는 7억2000만~7억4000만원대 매물만 남아 있습니다. 이는 단기간에 전셋값이 갑자기 올랐다기보다, 저렴한 물건부터 계약이 완료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호가의 매물만 남아 생긴 현상입니다.
3830가구 규모인 SK북한산시티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고 관계자는 "요즘 전세가 귀하다 보니 전셋값도 임대인이 부르는 게 값이 됐다"며 "집의 객관적 가치와 별개로 호가가 높게 형성된 느낌"이라고 전했습니다. 해당 중개업소에서 전날 확인했던 전월세 매물 3건도 하루 만에 모두 계약됐습니다.
전셋값 상승은 세입자들의 주거 이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한 임대인은 주변 전세 시세가 오름에 따라 보증금을 인상했다고 밝혔습니다. 높아진 보증금에 부담을 느낀 기존 세입자는 결국 경기 의정부로 거처를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해당 임대인은 "주변 전세 시세가 올라 보증금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며 "종합부동산세 등 집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부담도 임대인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억1178만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실거주를 유도하는 정책 기조가 시장의 전월세 물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1주택자에게도 실거주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흐르다 보니 서울 선호 지역 아파트의 전월세 물건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구조"라며 "선호 지역일수록 집주인의 거주 수요와 임차인의 계약 갱신 의지, 신규 유입 수요가 모두 강하게 맞물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수요 초과 국면이 이어지지만 원하는 만큼의 매물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전세의 월세화 현상으로 인해 주거비 부담 역시 장기간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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