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1호는 '엔시날 발전소'…수익성 확보까지 '가시밭길'
원리금 회수 전 5대5 배분…리스크 풀링 등 안전장치 확보
'관세 방어'로 시작된 2000억달러 대미투자…'실익' 관건
2026-10-01 17:41:57 ㅣ 2026-10-01 17:48:56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의 관세 인상 압박에 대응하는 협상 카드인 20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가 공개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공식 발표한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의 핵심 키워드는 '가스복합발화력발전소 건설·대형 원전 건설·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로 요약됩니다. 이중 한국 정부가 현재 확정한 사업으로는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로, 대형 원전 건설과 알래스카 LNG 개발은 상업성과 투자 조건 등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향후 양국 간 세부 사업 조건을 구체화하기 위한 추가 절차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협상시 진통이 예상됩니다. 총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사실상 에너지 사업으로만 채워지면서 이제 관건은 수익성 등 '실익'입니다.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하면서 국내 기업의 수주, 미국 시장 진출, 에너지 안보 등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가스발전·원전·LNG'…'에너지 사업'으로 추려진 대미투자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총 2000억달러에 육박하는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라고 자찬했습니다. 이날 양국이 공개한 팩트시트(설명자료)에 따르면 양국은 총사업비 223억달러 규모의 미국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확정하고,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최대 1200억달러)도 큰 틀에서 합의했습니다. 또 수익성 논란이 있는 LNG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검토 착수' 수준으로 공식 합의 문서에 명시했습니다.
 
우선 양국은 첫 번째 합의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6.472기가와트(GW)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프로젝트를 확정했습니다. 총사업비 223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사업은 글로벌 부동산 개발사인 '릴레이티드 컴퍼니즈'와 미국 1위 발전 운영사인 '넥스트에라 에너지'가 주도하며, '루이스 에너지 그룹'이 부지·천연가스·용수 등 기초 인프라를 제공합니다. 오는 2029년 1단계 상업 운전을 시작해 2032년까지 전체 설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한국 기업의 참여 범위도 명시했습니다. 양국은 발전 기자재 공급부터 설계·시공(EPC), 장기 운영·유지보수(O&M) 전 과정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미국 측은 향후 미국 내 유사 발전 프로젝트에서도 터빈을 포함한 한국산 기자재 공급 기회를 부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수익 구조는 발전에 따른 변동비는 전력 수요자가 부담하고 발전소는 설비용량 기준 고정요금을 받는 안정적인 '톨링(Tolling) 방식 전력공급계약(PPA)'을 채택했습니다. 연료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면서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20년간 최소 430억달러에서 최대 450억달러의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다만 아직 PPA를 체결하진 못했습니다. 전력을 살 수요자와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정해지지 않았고 정부가 제시한 PPA 체결 예정 시점은 2027년입니다. 결국 실제 계약 가격과 조건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개별 사업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도 협상에 반영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리스크 풀링'으로, 하나의 우산형 투자목적회사(I-SPV)에서 전체 사업의 투자금과 수익을 통합 관리하고 개별 사업은 I-SPV가 출자한 프로젝트별 P-SPV를 통해 추진합니다. 한국이 전체 프로젝트의 원리금을 모두 회수할 때까지는 모든 사업의 한미 간 수익 배분 비율을 5대5로 유지합니다. 당초 원리금 회수 이후 적용되는 1대9 배분으로의 전환을 전체 투자금 회수 때까지 미루는 구조입니다. 
 
아울러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도 기대할 부분으로 꼽힙니다. 양국은 공동 팩트시트에 텍사스 사업의 기자재부터 설계·시공, 운영·정비까지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담았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참여 범위나 계약은 빠져있어 아직은 청사진 수준에 그칩니다. 
 
'수익성·관세 보장' 물음표…'2000억달러 대미투자' 성패 좌우
 
문제는 아직 최종 투자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원전 8기와 알래스카 LNG 사업입니다. 원전은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한다는 기본적인 프레임워크가 마련됐지만, 개별 원전의 부지와 공사비, 사업 구조 및 수익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입니다. 알래스카 LNG 역시 양국이 사업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지만, 실제 투자는 사업 구조와 비용, 수익성 등을 따져 상업적 타당성이 확인될 경우에만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발표에 따른 사후 브리핑을 열고 "알래스카 LNG와 관련해 미국과 합의한 것은 세 문장"이라며 "상업적 합리성이 없으면 추진하지 않는다는 게 미국과 한국이 같이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투자 참여를 기정사실화한 데 대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직접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관건은 이들 프로젝트를 정부가 투자 원칙으로 내세운 '상업적 합리성' 충족시켜 실제 실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냐는 점입니다. 결국 대미 투자의 성패는 협상 과정에서 마련한 안전장치를 실제 수익과 국내 산업의 몫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입니다. 동시에 사업성이 악화했을 때 관세 등 통상 부담 때문에 투자를 계속하는 상황도 경계해야 합니다. 관세 방어를 위해 시작한 투자가 장기적인 재정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개별 사업마다 '상업적 합리성' 원칙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느냐가 2000억달러 대미 투자의 성패를 가를 전망입니다.
 
김 장관은 "사업성이 떨어지면 돈을 안 대고 나와야 하지만 문제는 양해각서(MOU)상 사업에서 철수하면 미국이 관세를 올리는 등 보복하게 돼 있다는 점"이라며 "프로젝트가 틀어지면 언제든 통상 문제로 넘어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불리한 통상 규제가 우리에게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목적"이라며 "끊임없이 관리하고 한미 통상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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