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일본 여행 그만…‘센과 치히로’ 모티브 도고온천서 옛 성곽까지
에어로케이항공, 에히메현 팸투어
나쓰메 소세키도 사랑한 ‘도고온천’
일본 정원의 극치 ‘가류산장’을 만난다
2026-10-25 12:00:53 ㅣ 2026-10-25 12:00:53
[마쓰야마(일본)=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일본 여행이라고 하면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를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화려한 대도시와 익숙한 관광지 대신 조금 다른 일본을 만나고 싶다면 시선을 시코쿠로 돌려볼 만합니다. 일본 열도를 이루는 4개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시코쿠. 그중 에히메현은 일본의 에게해라 불리는 세토 내해를 품은 온화한 기후와 여유로운 풍경이 매력적인 곳입니다. 현의 중심 도시 마쓰야마에는 130년 역사를 간직한 온천과 400년 넘은 성곽이 자리하고,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옛 상인들의 흔적이 남은 거리와 일본 정원의 정취를 만날 수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훑기보다 한 장소에 머물며 그곳의 시간을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 어울리는 목적지입니다. 일본의 옛 지명인 ‘이요’가 더운물을 뜻할 만큼 온천의 역사가 깊은 에히메. 동네 할머니부터 일본 대표작가 나쓰메 소세키까지 모두가 사랑했던 도고온천에서 시작해 오래된 성곽과 고즈넉한 골목을 걸었습니다. 익숙한 일본 여행에서 벗어나 조금 느리게, 3박4일간 에히메의 시간을 따라가 봤습니다.
 
도고온천 본관 입구. (사진=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도고온천은 약 130년의 역사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온천가 중심에는 1894년 지어진 목조 건물인 도고온천본관이 자리합니다. 3층 규모의 건물은 전통적인 일본 건축의 멋을 보여주며, 주변 상점가와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도고온천은 단순히 몸을 담그고 피로를 푸는 곳에 그치지 않습니다. 일본 황실 인사들이 방문한 역사와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를 비롯한 문인들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와 분위기는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온천장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습니다. 작품 속 온천장을 떠올리며 목조 건물과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익숙한 일본 여행과는 다른 매력이 다가옵니다.
 
도고 온천의 상징물인 백로는 본관이 지어졌던 당시 정면 현관이 있던 북쪽 방향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다리를 다친 백로가 이곳 온천수에 발을 담근 뒤 상처를 치유했다는 전설도 전해집니다. 백로는 도고온천의 상징이 됐으며 온천 본관 곳곳에서도 백로 장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해가 저물 무렵 유카타 차림으로 온천가를 누비는 사람들 사이를 걷다 보면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400년된 성곽…마쓰야마 시내 한눈에
 
도고온천에서 노면전차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면 마쓰야마의 또 다른 상징인 마쓰야마성(松山城)이 기다립니다. 1602년 가토 요시아키가 축성을 시작한 이 성은 완공까지 25년 넘게 걸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에도시대 천수각이 남아 있는 일본의 12개 현존 천수 가운데 하나로 성곽을 따라 이어지는 건물과 방어 시설에서 당시의 축성 기술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마쓰야마성 초입에서 바라본 성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성을 오르는 방법은 로프웨이와 리프트입니다. 천천히 올라 성 안팎을 둘러보면 견고한 성벽과 문, 곳곳에 설치된 방어 시설이 눈에 들어옵니다. 천수각에서는 마쓰야마 시가지와 일본의 에게해라 불리는 ‘세토 내해’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전통 건축물을 감상하는 재미에 탁 트인 전망까지 더해져 도심 여행 중 잠시 쉬어가기 좋고, 푸른 바다와 도시가 한눈에 펼쳐지는 풍경은 성곽을 오르는 수고를 잊게 합니다.
 
마쓰야마성 천수각에서 바라본 마쓰야마 시내. (사진=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마쓰야마를 벗어나 주변 지역으로 이동하면 여행의 색깔은 한층 다채로워집니다. 오랜 제조 기술과 품질 관리로 알려진 이마바리 타월을 주제로 한 ‘타월 미술관’에서는 섬유 제품과 예술을 결합한 전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스누피와 핀란드 대표 만화 캐릭터 무민 등 유명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습니다. 손수건부터 컵까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스누피와 무민을 좋아한다면 기념품 쇼핑을 겸해 꼭 들러볼 만한 곳입니다. 
 
레트로 시간 여행…우치코와 오즈
 
에도시대 말 번성했던 상업 거리가 잘 보존된 우치코와 ‘이요의 작은 교토’라 불리는 오즈. 닮은 듯 다른 두 도시에서 시간 여행을 떠나봅니다. 마쓰야마 시내에서 기차를 타고 한나절 근교 여행지로 다녀오기 좋습니다. JR 마쓰야마역에서 우치코역을 지나 이요오즈역까지 운행하는 열차를 이용할 수 있으며, 우치코·오즈 산책 1일 패스를 활용하면 주요 관광지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메이지시대 상업도시였던 우치코는 약 600m 거리 양쪽으로 대저택과 상가가 늘어서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역사적인 거리 풍경을 좋아한다면 우치코의 요카이치·고코쿠 거리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약 600m 이어지는 거리는 에도시대 말기부터 메이지시대에 걸쳐 양초 생산과 유통으로 번성했던 흔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전통 상인 가옥과 황토빛 벽이 이어지는 골목을 걷다 보면 현대적인 도시와는 다른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류산장의 암자 후로안. (사진=에히메현)
 
‘이요의 작은 교토’로 불리는 오즈에는 가류산장이 있습니다. 강과 절벽을 바라보는 자리에 들어선 별장으로, 초가지붕 건물과 작은 다실 후로안이 주변 자연과 어우러집니다. 화려한 관광시설 대신 건축물과 풍경이 만들어내는 고요함이 이곳의 매력입니다. 특히 강을 내려다보는 자리에서 자연과 건축이 빚어내는 조화를 감상하다 보면 일본 정원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도미 한 마리 들어간 솥밥도 일품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은 음식입니다. 에히메에서는 세토내해에서 자란 도미를 활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도미를 밥과 함께 찌거나 토막 낸 도미를 솥밥으로 조리하는 방식 등 지역 특색이 담긴 메뉴가 다양합니다. 살이 통통한 도미와 고슬고슬한 밥이 어우러진 도미밥은 바다를 끼고 살아온 지역의 식문화를 경험하기 좋은 음식입니다. 에히메현 이마바리 앞바다의 구루시마 해협은 일본에서도 조류가 빠른 해역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곳에서 잡히는 도미는 살이 단단하고 탄력 있는 식감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도미밥. (사진=에히메현)
 
온천에서 역사를 만나고 성곽에서 도시를 내려다본 뒤, 옛 상인 거리와 강변 별장을 거니는 여행. 마쓰야마와 에히메는 일본의 유명 대도시에서는 놓치기 쉬운 느린 풍경과 지역의 이야기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익숙한 일본을 다시 찾는 여행이라면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시간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마쓰야마 시내에서는 노면전차가 주요 이동 수단입니다. 마쓰야마역과 도심, 도고온천 일대를 연결해 대중교통으로도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시코쿠 곳곳을 함께 여행할 계획이라면 외국인 관광객 전용 교통 패스인 ‘올 시코쿠 레일 패스(ALL SHIKOKU Rail Pass)’도 활용할 만합니다. 3일권은 1만2000엔, 7일권은 2만엔으로 시코쿠 지역 철도 노선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는 쿨룩과 트립닷컴 등 여행 플랫폼에서 할 수 있습니다.
 
취재협조=에히메현
 
마쓰야마(일본)=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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