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美지표 부진은 날씨 탓? 소프트패치 국면?..'아리송'
2014-02-19 15:12:13 2014-02-19 17:05:19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미국 경제지표가 줄줄이 부진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추웠던 날씨 탓이라 말하고 있지만 이쯤되면 정말 날씨 때문일까라는 의심을 할 만도 하다.
 
강한 성장세를 보이며 회복의 신호를 보냈던 미국 경제가 소프트패치(경기 회복기 일시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기온이 올라간 후의 지표 결과를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며 섣부른 판단은 유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주택지표 일제히 부진.."이상 한파 때문"
 
18일(현지시간) 전미주택건설협회(NAHB)는 2월의 주택시장지수가 전달보다 10포인트 하락한 46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전 전망치 56을 크게 밑도는 결과로 월간 낙폭으로는 통계가 시작된 1985년 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 NAHB 주택시장지수 변동 추이(자료=investing.com)
 
시장 전문가들은 주택 지표의 부진의 원인으로 일제히 '예상밖으로 추웠던 날씨'를 지목했다. 미국 전역을 고루 강타한 눈폭풍에 경제 활동이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케빈 켈리 NAHB 회장은 "심각한 기상 악화가 주택 구매자 수 감소를 불러왔다"며 "주택 건설업자 사이에서도 수요가 계속해서 둔화될 것 인지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코위 NAHB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날씨는 일반 소비와 자동차 판매 뿐 아니라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도 억제하고 있다"며 "건축 자재 공급의 위축 역시 건설 업자들을 불안케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날 공개된 제조업 지표도 기대에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시 이구동성으로 한파 탓을 했다.
 
뉴욕 연방은행은 2월의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가 4.48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던 직전월의 12.51과 사전 전망치 9.0을 모두 크게 하회한 결과다.
 
세부적으로는 신규 주문지수가 10.98에서 마이너스(-) 0.21로 하락했고 재고 지수도 2.44에서 -5.00으로 떨어졌다.
 
토마스 시몬 제퍼리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몇 주간 발표된 일련의 제조업 지표들이 부진한 결과를 가르켰다"며 "극심한 추위로 인한 지리적 영향이 컸다"고 진단했다.
 
◇"정말 날씨 때문인가" 회의론 고개
 
미국의 경기 회복 둔화를 날씨 탓으로 돌리는 것은 지난해 12월 신규 취업자 수가 예상을 크게 하회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 수는 7만5000명으로 24만1000명을 기록했던 직전월의 수치에서 크게 고꾸라졌다. 이어 1월의 취업자 수 역시 11만3000명으로 전달보다는 나아졌지만 예상치 18만명에는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발표된 소매판매,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 때마다 전문가들은 "날씨가 너무 추웠기 때문"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상상 이상으로 추웠던 날씨에 소비자들이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고 집에만 머물러 자동차를 비롯한 소비재 판매가 부진했고 수요 감소에 기업들도 생산 활동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모든 원인들을 날씨로 돌려버리는 상황에 일각에서는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짐 오 설리반 하이프리퀸시이코노믹스(HFE)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경제 지표 부진이 날씨 때문만은 아닐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파이낸셜 투자전략가도 "시장 참여자들은 최근의 지표 부진에 미치는 날씨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려 한다"며 "소프트패치 국면으로의 진입은 아닌지를 판별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실물경제의 반응은 아닌지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눈길을 끈다. 연준이 점진적으로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키로 한 점이 경제 주체들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날씨의 영향이 제한적이고 미국 경제가 정말로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것이라면 테이퍼링 속도조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최근의 모기지 금리가 지난해 5월과 비교해 1%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점을 들어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잠재적 주택 구매자들의 금융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며 "이 점이 주택 시장의 부진을 야기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봄을 기다려보자"..한파 누그러들 때 까지 판단 보류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결과 만으로는 일시적인 둔화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기상정보 제공업체인 코모디티웨더그룹(CWG)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이달까지의 미국 북동부 지역의 날씨는 1982년 이후 가장 춥다. 
 
때문에 기록적인 한파가 물러날 때까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이들은 조언한다. 최근의 지표 부진이 온전히 날씨 탓이라면 기업의 투자 둔화와 가계 소비 위축은 기온 상승과 함께 자연스레 반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나디 골드버그 TD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자본 지출을 줄인 것은 맞지만 봄이 되면 모두 반등을 이뤄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로스비 투자전략가도 "혹한의 영향이 완전히 없어지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넷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지난 주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날씨가 최근의 고용 동향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전반적인 추세의 둔화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고 언급한 점 역시 이 같은 시각과 맥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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