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인가제' 뭐길래..SKT vs. KT·LGU+ 치열 공방
"통신환경 변했으니 인가제 폐지해야".."1위 사업자 견제 위한 최후의 무기"
학계·소비자 단체도 입장 엇갈려
2014-06-12 19:13:17 2014-06-12 19:17:30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놓고 이동통신 3사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12일 오후 2시부터 3시간여에 걸쳐 서울 양재동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 토론회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를 대표해 참석한 임원들은 향후 미래부의 정책 변경에 자사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부가 요금규제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이날 토론회에는 이동통신 사업자뿐만 아니라 경제학과 교수와 소비자단체, 알뜰폰사업자연합회 등도 참석해 자신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요금규제에 대해 다양한 주장을 펼쳤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요금인가제 로드맵' 수립을 위해 12일 마련한 토론회에는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경영학과 교수, 소비자단체, 알뜰폰사업자협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석해 열띤 공방전을 벌였다.(사진=곽보연기자)
 
◇'통신요금 인가제'는 왜 도입됐나..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통신요금 인가제'란 쉽게 설명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 신규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부의 인가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지난 1995년 도입됐으며 시내전화에서는 시장 1위 사업자인 KT가, 이동통신에서는 SK텔레콤이 인가 대상이다.
 
통신요금 인가제를 도입한 것은 후발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함에서였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점유율을 악용해 이용자 차별적인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경쟁사업자에게 경쟁을 저해하는 약탈적 가격 설정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인 것이다.
 
이 통신요금 인가제에 대한 폐지 공방이 수면위로 떠오는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권은희 의원(새누리당)이 '인가제를 폐지해 요금경쟁을 유도해아 한다'고 지적하면서부터다. 이후 민주당도 '국민부담 경감 정책대안'을 발표하면서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인가제를 폐지, 통신3사의 요금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가제에 대한 폐지 논란이 일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17일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미래창조과학부에 6월 안으로 통신요금 인가제 개선 로드맵을 수립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현재 학계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연구반을 구성해 인가제에 대한 유지론자와 폐지론자간의 토론을 이어오고 있다.
 
◇"통신환경 변했으니 폐지해야".."후발주자 보호할 최후의 수단"
 
"(통신요금)인가제는 사업자간 서비스 경쟁을 저해하고 글로벌 트렌드와도 맞지 않기 때문에 인가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로 전환해야 한다."(SK텔레콤)
 
"OECD 가입국 1위 통신사업자의 평균 시장점유율은 40%에 불과하다. 1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우리 시장을 해외 사례와 동등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LG유플러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차별적 요금을 부과하는 것을 막고, 후발사업자들과의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인가제는 필요하다."(KT)
 
SK텔레콤(017670)을 대표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하성호 상무는 이용자들의 후생증진을 위해 완전신고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상무는 "요금인가제는 이동전화 시장 성장기에 사업자 관점에서 경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로 지금은 오히려 사업자간 서비스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며 "이제는 이용자 후생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내 통신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달하고 번호이동 가입자만 한해에 10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후발사업자 보호를 위한 요금인가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 상무는 또 "해외주요국가의 경우 정부가 사전적으로 소매가격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전세계 237개국 중 절반에 달하는 121개국에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사업자가 있지만 이동통신 요금규제를 하는 나라는
사례를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대해 경쟁사들의 반박이 빗발쳤다.
 
강학주 LG유플러스(032640) 상무는 "지난 2011년 기준 OECD 국가 1위 이동통신 사업자 평균 시장점유율은 42.1%인 반면 SK텔레콤의 점유율은 50.6%에 달했다"며 "해외는 시장지배력 규제와 유효경쟁 정책이 있어 1위 사업자의 영향력이 우리나라만큼 크지 않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충성 KT(030200) 상무도 "2005년 SK텔레콤의 가입자 점유율은 50.9%였고, 그로부터 7년이 지난 현재의 점유율도 50.3%를 기록하고 있다"며 "1위 사업자의 점유율 고착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SK텔레콤과 후발사업자간의 자본력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SK텔레콤의 주장을 반박했다.
 
소비자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정지영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지난 10여년간 5:3:2 시장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은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SK텔레콤은 인가제 때문에 자유로운 요금경쟁을 못했다고 하지만, 요금인하를 위한 노력은 오히려 후발사업자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요금인가제 로드맵' 수립을 위해 12일 마련한 토론회에서 강병민 경희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곽보연기자)
 
◇학계에서도 치열한 논리싸움 전개
 
이날 토론회는 이통사업자뿐만 아니라 학계와 NGO 단체 대표가 참석해 다양한 시각을 전달하는 의견 수렴의 장이 됐다.
 
강병민 경희대 교수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할 경우 이용자들이 얻을 수 있는 효익은 무엇이냐"며 "권은희 의원과 민주당은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요금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요금인가제는 이동전화를 대상으로 가격상한제의 성격이다. 가격을 인하할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요금규제로 요금인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또 해외에서도 이렇게 하니 우리나라도 이렇게 가자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가학적인 방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상반된 주장을 펼친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5:3:2 구조가 고착화된 이유는 정부가 사업자간 요금경쟁을 못하게 했기 때문"이라며 "후발사업자가 오히려 요금인하경쟁을 주장해야 하고 선발사업자는 그 반대로 가는 것이 맞을텐데 정부의 규제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요금경쟁을 못하게 하니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보조금 경쟁이 발생했다"며 "정부는 사업자를 보호하고 거꾸로 소비자를 능멸, 굴욕을 주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전 패널들의 의견을 청취한 정부측 패널 류제명 미래부 통신정책과장은 "각자의 입장에서 무게중심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6월말까지 로드맵을 작성하기로 한 바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인가제를 보완하거나 인가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를 보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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