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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규제까지 완화..기업만 챙기는 `親기업 정부`
2014-09-02 17:52:39 2014-09-02 17:57:16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목숨과 직결된 산재제도까지 '손톱 밑 가시'로 보고 손질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산재 관련 '규제완화 심사대상'에 오른 개별실적요율제를 내년 1월1일부터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자체규제검토서에는 "개별실적요율제 확대 도입은 산재보험료율의 특례적용 사업이 확대되는 내용으로 규제완화 사항"이라고 적시돼 있다.
 
기업의 산재 실적에 따라 보험료율을 인상 또는 인하하는 제도지만 사실상 인하 혜택을 받게 되는 곳이 대부분인만큼 제도 자체를 '기업의 짐을 덜어주는 수단'으로 본 것이다. 제도의 당초 도입 목적인 '산재예방활동 촉진'의 달성과는 거리가 멀다.
 
제도의 확대 도입 과정에서의 '졸속 처리'도 문제 시 되고 있다. 고용부는 개별실적요율제를 확대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25일 공고, 29일까지 의견수렴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 5일만인 2일 해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단 10일 만에 이뤄진 '초고속 규제완화'다.
 
개별실적요율제의 적용을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재해발생 건수를 최소화해 보고하는 것이 득이 되기때문에 그간 이 제도가 산재 은폐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부작용에 해당 보완책 없이 적용 사업장 간 '형평성'만을 문제 삼아 개별실적요율제를 확대 적용키로 한 것이다.
 
고용부는 자체규제검토서에서 제도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돼 오히려 영세 사업장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며 형평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상시 근로자 10명 이상 사업장과 총 공사실적 20억원 이상 건설 사업장에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7만8000여개의 사업장이 추가로 개별실적요율제의 적용을 받게 된다. 고용부는 약 6만9000 곳(88.2%)이 산재보험료 인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개별실적요율제를 '기업 보험료 깎아주기' 수단으로 보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 "정부가 규제완화에 가속도를 붙이며 안전문제와 직결된 규제까지 완화하고 있다"며 "정부의 산재피해자 통계치 매년 9만여명보다 13~30배로 추정되는 산재가 은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기업들이 적은 보험료를 할인 받기 위해 몇 배 더 많은 비용을 수반하는 공상처리를 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대기업과 달리 소규모 사업장은 산재보험료 액수 자체가 적고 할인·할증폭도 20%로 대기업(50%)에 비해 훨씬 작아 산재보험료 할인을 받기 위해 기업들이 산재은폐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대응했다.
 
그러나 정부가 고용노동 분야 4대악으로 꼽고 있는 임금체불, 4대보험 미가입, 직장 내 성희롱, 고용차별 등 '비정상'이 영세 사업장에서 더 흔히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려는 여전하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 "산재가 가장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소규모 사업장에 개별실적요율제를 아무런 대책도 없이 도입하겠다는 것"라며 "대책 없이 초고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안전규제완화 조치의 즉각적인 중단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자체규제검토서에서 발췌.(자료=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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